미국에서 광우병 젖소가 발견됐다. 미 농무부는 “광우병으로 확인된 젖소가 시중 소비자용으로 도살된 적이 없고, 우유는 광우병을 옮기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게 위험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샘플검사를 전면 개봉검사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수입제한이나 검역중단과 같은 강경 처방은 유보했다. 광우병 발생 원인을 면밀히 주시해야한다는 부연을 달았으나 소비자는 여전히 갸우뚱하고 있다.

충청지역을 포함한 전국의 일부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자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한 것만 봐도 소비자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연간 10만t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소비하는 국민들로서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2008년 봄에 겪었던 광우병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100일 넘게 들불처럼 번졌었다. 일각에서 수입중단을 촉구하는 것도 이 같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에서 "식품안전에 누구보다 신중하고 까다로워야 할 정부가 수입중단이 아닌 일시적 검역강화라는 조치를 내린 것은 안이한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산이 위축되고, 수입쇠고기 중 미국산 비중이 45%대를 상회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4년 전 촛불시위가 국민의 건강을 뒷전에 두는 듯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서 촉발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막연한 설명만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크워크서비스)에서는 광우병과 관련한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황당무계한 괴담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한다. 혹여 정치적 의도로 사실을 왜곡·과장하거나, 반미투쟁으로 몰고 가는 세력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대처해야한다. 모든 실상을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을 종합해보면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과학적 견해다. 특히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도 아직 유효하다. 어찌됐든 국민생명과 직결된 먹거리 문제는 1%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수입중단 시 예견되는 통상마찰 문제는 사실상 그 다음 문제다. 이번 파동이 식품안전관리에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