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체제 추진위원회(이하 개편위)가 ‘자치구의회 폐지, 자치구청장 임명제 전환’을 골자로 한 자치구 개편안을 의결한 가운데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개편위의 자치구 개편안은 지방자치제도의 심대한 퇴보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지방행정체제개편 학술세미나'가 지난 2월 28일 서울 태평로에 있는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행정학회, 한국지방자치학회,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 제공
◆개편위의 변

개편위는 이번 자치구 개편안을 의결한 이유로 현행 자치구의회, 구청장 직선제도가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아울러 광역적 행정이 이뤄져야 하는 대도시 특성에서 잦은 시-구 간, 구-구 간 대립이 행정의 추진력을 떨어뜨리고 자치구 내부적으로도 잦은 기초의회와의 마찰이 행정적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개편위는 지난 1년간 연구용역 수행과 이를 바탕으로 자치구 개편 방향을 ①행정구안 ②구청장 선출·의회 미구성안 ③의회구성·구청장 임명안 ④현행존치·기능조정안 등을 고려해왔다.

결과적으로 개편위는 지난 13일 제13차 본위원회를 열고 특·광역시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개편안을 의결했다. 광역시 자치구·군 기능개편안은 1순위 행정구안과 2순위 구청장 선출·의회 미구성안 등을 복수로 선택했다. 아울러 구청장 지위는 임명직으로 전환하되 정부에서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민선 광역시장이 임명토록 의결했다. 개편위 관계자는 “위원회는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 상호 간 자유롭고 충분한 토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편안이 정부의 중앙집권적 발상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표현”이라고 말했다.

◆자치구의회 폐지, 자치구청장 임명제 전환…명백한 지방자치제도의 퇴보

자치구의회 폐지와 자치구청장 임명제 전환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다. 자치구의회 의원들의 자질론을 필두로 조용할만 하면 ‘자치구의회 무용론’이 대두됐다.

일부에서는 강한 집행부와 상대적으로 약한 기초의회가 고착화됐다. 당연히 보완하고 혁신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자치구의회 폐지, 자치구청장 임명제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폭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그간 20여 년의 시간 동안 갖은 시행착오 끝에 하나씩 쌓아올린 지방자치제도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데 기인한다.

실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보다 세밀화된 통치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학계에 따르면 미국은 8만 7000여개에 달하는 일반목적·단일목적 지방정부로 구성돼 있다. 일반목적 지방정부만 3만 9000개에 달해 기초지방정부 당 평균인구가 6600여 명에 불과하다. 가령 인구 740만 명의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역은 9개의 카운티, 101개의 시정부, 500여 개에 달하는 특별구에 의해 관할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대도시지역을 통할하는 광역시 정부가 없는 가운데 수백 개의 지방정부에 의해 운영된다. 더욱이 국가적 지향점이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번 개편안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사회각계 각층에서 대두되고 있다.

윤종일 대전 유성구의회 의장은 “지방분권, 균형발전 등 민주주의 정신에 반하는 도전”이라며 “수도권 집중정책, 중앙 일극주의와 다름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이어 “자치구의회의 잘못된 부분과 관행은 지속적으로 고쳐나가야 함은 당연하다”면서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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