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의 한 알코올 치료 전문 병원을 찾아 남편의 알코올 중독(의존증) 상담을 받은 A(40·여) 씨. A 씨의 남편 B(45)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번듯한 건축 관련 회사에 다니는 성실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졌고 그 여파로 B 씨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후 B 씨는 회사를 그만 둔 충격에 자주 폭음을 하기 시작했고 하루에 소주 4~5병씩을 마셨다. 어떤 날은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까지 취해있기까지 했고, 폭음이 이어지면서 아내와 두 아들에게 욕을 하고 심지어 폭행하는 등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 갔다. A 씨는 결국 병원을 찾아 남편의 증상에 대해 상담을 받게 됐고 담당의사는 B 씨의 상태에 대해 알코올 중독 중기 증상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어려운 서민경제가 술을 권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술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알코올 중독 상담을 받는 사람들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대전알코올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2년여 동안 센터를 찾거나 전화로 알코올 중독 상담을 받은 인원은 1182명에 이른다. 올 들어서도 1/4분기(3월)까지 229명이 상담을 의뢰했고 알코올 중독 상담 건수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동안 알코올 중독에 대해 상담을 받는 사람들의 유형은 과거 유년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과 습관성 음주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인한 실직과 사업 실패, 가정경제 붕괴, 구직난 등 경제와 관련된 고통을 술로 달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람들이 돈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부 스트레스를 잊어버리려는 생각에 한 잔, 두 잔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게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알코올 중독에 관한 상담 건수가 늘면서 이를 치료하려는 사람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덕구 알코올상담센터에 따르면 상담을 통해 음주 수준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음주사례를 관리하고 재활프로그램 등에 참여한 경우는 지난 2010년 1786건에서 지난해 3895건으로 무려 2109건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최근 3개월 동안 1018건을 기록 중이다.

센터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해 구조조정을 당하거나 직장을 잡지 못해 남는 시간에 술을 마시다 알코올에 의존하게 됐다는 환자들의 상담이 많아졌다”며 “경기가 나빠지면 나빠질수록 알코올 중독 상담이나 환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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