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일부 시·도의회가 잇따라 유급 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충북도의회도 이른바 ‘눈치작전’에 나섰다. 상임위원회 활동 지원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인턴 보좌관’을 두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충북도의회는 25일 오전 전체의원 간담회를 열어 '유급보좌관제'를 도입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집행부에 요구할지 여부를 놓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간담회는 의원들의 자유로운 찬반의견 개진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언론 등에 공개하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의견을 내놓은 의원은 4명으로, 민주통합당 소속 김형근 도의장과 임헌경 의원은 찬성, 박문희(민주당) 의원은 유보, 새누리당 김양희 의원은 반대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형근 의장은 "대법원의 위법 판결과 행정안전부의 (유급보좌관제 예산편성금지) 지침때문에 무력화된 상태지만, 전국시도의회의장단협의회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예산편성을 추진하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의견을 낸 김양희 의원은 "충북도의 열악한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할 때 의원보좌관제는 도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며 “특히 월급여 120만 원(실수령액 기준)을 받는 인턴보좌관을 두는 것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고급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의원 전문성이 향상된다고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도의회 찬반입장을 확정하자고 재촉했지만, 다음달까지 여론추이 등을 본 뒤 다시 추진하자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는 다른 시·도의회가 1회 추경예산 편성을 집행부에 요구하는지를 보고 6월 있을 충북도의 추경예산 편성에서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충북도의회가 인턴보좌관을 두게 될 경우 소요되는 예산은 한해 5억 5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의장을 제외한 의원 34명의 보좌관 한달 급여는 기본급 116만 원과 주휴수당 29만 원 등 145만 원이다. 의회 일정 등을 고려해 이들의 근무기간은 10개월로 정했다.

도의회는 올해 충북도의 1회 추경시점이 6월인 점을 고려해 3억 3000만 원(6개월치 급여)만 예산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반면, 충북도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도는 이미 의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대법원의 예산집행정지처분이 있었던데다, 행안부가 예산편성금지 지침을 세웠다는 점, 단순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으로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거나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예산편성을 거부했다.

실제 행안부는 전국 시·도의회의 유급 보좌관제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률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의원을 보좌하는 인력을 도입해 활용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헌법 제118조에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지방의원 보좌관을 두는 것은 법률로 규정해야 할 입법사항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두고 있다. 현재 경기도의회와 서울·부산·인천시의회도 인턴보좌관제를 도입하기 위해 예산을 요구하거나 조례제정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부산시의회는 각각 행안부의 제소(예산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인천시의회와 경기도의회는 집행부의 제소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에 따라 충북도의회가 예산요구안을 결의할 경우 충북도의 제소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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