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식농성 2일째를 맞은 청주시의회 박상인 의원이 26일 시청 본관 입구에서 집행부에 비하동 유통업무지구의 공사중지 명령을 촉구하고 있다.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대형마트가 들어설 예정인 청주시 비하동 유통업무지구 공사와 관련해 청주시의회 박상인 의원이 공사중지 명령을 요구하며 개원이래 처음으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2일째를 맞았다. 하지만 집행부와의 대립각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논란이 장기화 조짐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태악화의 원인을 두고 원론적 입장만을 고수하며 해결에 미온적인 집행부와 적절한 견제기능을 상실한 시의회 모두에게 있다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비하동 유통지구 논란

롯데마트 등이 들어설 예정인 흥덕구 비하동 332-1번지 일원의 유통업무설비 지구는 현재 리츠산업이 지난 2010년 1월 8일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설계인가 후 지난해 12월 9일 변경인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박상인 의원에 의해 사용허가를 받지 않고 지구내 시유지 4500㎡가 훼손된 사실이 알려지자 특혜논란과 함께 정부 종합감사까지 이뤄졌다. 시는 뒤늦게 행정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시행사인 리츠산업에 919만 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이어 행정절차를 거쳐 대상토지의 매각절차를 밟는 한편 종합감사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무기한 단식농성 '왜'

하지만 청주시의 후속조치에도 불구하고 최초 문제제기자인 박 의원은 무기한 단식농성이란 초강수까지 둬가며 시행사측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박 의원은 현재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대상토지가 주변시세보다 턱없이 모자란 헐값에 매각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란 것이다.

현재 사업부지 내 포함된 국·공유지에 대해 시행사 측은 12억 3000만 원에 처분할 것을 시에 두 차례나 요구했고, 시는 23억 원을 제시하며 이를 반려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현실가격인 3.3㎡당 600만 원을 감안했을 때 이 국·공유지의 지가는 최소 90억 원 이상 책정돼야 한다는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즉 해당 국·공유지의 가격이 제대로 책정될 수 있도록 시행사 측이 보다 진지하게 재협상에 나서게 하기 위해 공사중지 명령이라는 초강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박 의원은 "사업지구내 공정이 일정비율을 넘으면 더 이상 협상할 기회조차 없이 시행사측이 요구하고 있는 금액에 해당 국·공유지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 시간이 촉박하다"며 시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장기화 조짐… 비난여론 꿈틀

공유재산의 헐값 매각을 막기 위함이라는 박 의원의 '명분있는 투쟁'에 시는 큰 부담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공사중지나 실시계획인가 취소를 할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했을 때 패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공사중지는 실익이 없다'는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의 미온적인 자세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적지 않다.

한 시의원은 "박 의원의 최초 문제지적 당시에도 집행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숨기기에만 급급하다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는 등 이번 논란이 수개월을 끌어오는 동안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었다면 박 의원의 단식농성 예고에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한 사전협의에 나설 법도 한데 그런 제스처조차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겪어오면서 의회의 부적절한 행보 또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박 의원이 공유재산 비리와 집행부의 의회 경시풍조에 이의를 제기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상황에서 시의회는 일본 대마도로 관광성 의원연찬회를 떠나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한 퇴직공무원은 "동료의원이 단식농성까지 하고 있는데도 당이 달라서, 나와는 상관없다며 다수의 의원들이 분별력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의회 스스로 대의기구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때문에 시의회의 명분있는 지적에도 집행부가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의회를 경시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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