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청원군 부용면 문곡리 248번지 인근 야산. 울창하던 수목은 온데간데 없고 허리가 잘려나간 야산만이 붉은 속살을 드러낸 채 방치돼 있다. 이곳은 현재 음식점 개업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사업허가를 받은 박모(45)씨가 당초 허가를 받은 인근 부지 이외 지역에 임의로 공사를 강행, 사실상 불법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하지만 정작 청원군은 ‘정식으로 허가가 난 곳으로 개인의 재산권 행사’라는 이유를 들어 공사 중지에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 비난을 자처하고 있다.

최모(45)씨에 따르면 청원군이 시공업자 박 씨에게 허가를 내준 곳은 249번지 일대로 248번지 내에 있는 수십 개의 분묘가 훼손된 것은 엄연한 불법 개발 행위고 청원군이 공사 중지를 명령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최 씨는 얼마 전 오랫동안 찾아보지 못한 조상의 묘를 찾았다가 봉분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이 지역에 얼마 전 지역의 한 업체가 음식점 부지를 매입한 곳 중 최 씨의 조상 분묘가 일부 포함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조상의 묘가 사라진 것도 억울하지만 최 씨가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해당 업체 측으로부터 사전에 ‘이장 통보’ 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 주민 임모(60) 씨 또한 청원군의 무책임한 행정에 불만을 갖고 있다. 해당 지역인 부용면 문곡리 248번지에 부모님의 봉묘가 포함돼 있고 공사 시작 한달 만에 사전 통보 없이 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임 씨는 “부모님을 무슨 면목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엄연히 연고가 있는 묘도 책임질 수 없는데 무연고 묘는 더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문제가 되고 있는 248번지에는 임 씨의 봉묘 외에 50여 개의 무연고 묘가 있고 이마저도 이미 지난달 중장비로 파헤쳐져 흔적 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다. 공사 중지 요청을 위해 임 씨가 군청 해당 부서를 항의 방문 한 것도 이미 수차례.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허가가 난 곳이니 공사를 막을 수 없다’는 애매한 답변뿐이다. 임 씨가 또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청원군의 무성의한 태도다. “허가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산림을 훼손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며 “하지만 주민들의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산림을 불법으로 훼손하니 할 말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 씨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해당 공무원들의 태도다. 지난 달 임 씨의 수차례 항의 민원 끝에 현장에 나온 공무원들은 ‘문제될 것 있겠느냐’는 반응 일색이었다고 임 씨는 전했다. 또 사실 조사나 공사 중지 명령 등을 요구하는 임 씨의 주장에 해당 공무원은 몇달 째 묵묵부답이다. 결국 지난 달 임 씨는 시공업자 박 씨를 만나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공사 중지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 박 씨는 “1기당 500만 원씩 2기에 해당하는 돈을 보상해 줄테니 문제 삼지 말자”고 말했다고 임 씨는 전했다. 이에 임 씨가 응하지 않자 박 씨는 이내 다시 공사를 재개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군의 이 같은 태도에 동네 주민들은 또 다른 의문 마저 품고 있다. 해당 지역은 오는 7월 세종시 출범과 함께 편입 예정 지역에 속해 청원군이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민 최모(65) 씨는 “행정구역이 바뀐다 해서 주민들의 민원 등을 듣지 않는 것이라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임 씨처럼 봉묘가 사라지는 경우나 무연고 묘가 통보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우리 동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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