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김 모(28·여) 씨는 지난해 3월 결혼과 함께 남편과 치킨집을 열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갓난아이를 포함해 세 식구가 먹고살 정도는 됐다. 그러나 점점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해 11월 끝내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같은 달 대전에 빵집을 개업한 윤 모(30) 씨도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가게 문을 열었지만, 동네에 들어온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개업 1년 만에 폐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게 인수자를 찾지 못한 윤 씨는 현재 월세만 꼬박꼬박 내고 있다.

불과 1년 사이 대전·충남지역에서 이처럼 1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닫았다.

경기침체와 함께 유명 프랜차이즈의 동네 상권 위협, 같은 업종 간의 경쟁, 영세 자영업자들끼리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자영업자가 개업과 폐업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폐업만 따진다면 실제 망하는 자영업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전·충남 각 지자체와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대전의 자영업자 수는 15만 1000명에 달했지만, 올해 3월 14만 4000명으로 불과 1년 사이 7000명이 줄었다. 충남도 같은 기간 27만 9000명에서 26만 7000명으로 무려 1만 2000명이 폐업했다.

결과론적이지만, 대전·충남지역에서 하루 평균 50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사라진 셈이다. 대전·충남은 자영업자 폐업률에서도 전국 16개 시·도 중 1~2위를 차지했다.

소상공인진흥원의 자영업자 비율에 따르면 대전은 2010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년 동월을 비교했을 때 4.6%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감소해 전국에서 감소율이 가장 높았고 충남은 4.3%로 뒤를 이었다.

지역 자영업자의 몰락은 지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작은 동네에 비슷한 규모의 슈퍼마켓이 서너 개씩 들어서면 상권규모가 뻔하기 때문에 한두 군데는 폐업하기 마련”이라며 “경기가 어려워지고 ‘장사나 해보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망하는 자영업자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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