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경주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한마음 야학’ 늦깎이 학생들. 야학 교사들과 어르신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마음 야학 제공  
 

“어르신들에게 배움은 단순히 의무교육을 이행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어르신에게 배움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18일 오후 2시 대전시 중구 대사동 한마음 야학에 삼삼오오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업은 오후 3시에 시작하지만 이른 시간부터 교실에 둘러 앉았다.

수업은 초등학교 3~4학년 과정이다. 학생의 대다수는 초등학교 3~4학년 손자를 두고 있을 연배의 어르신들이다.

이날 수업은 보건소를 주제로 국어수업이, 덧셈을 다룬 수학수업이 3시간 동안 진행될 터였다.

한 어르신은 사무실에 비치된 기차모양의 연필깎이로 정성스레 연필을 다듬었다. 사뭇 비장한 학구열이 전달됐다.

학생들의 사정은 비슷하다. 어릴적 집안사정이 어렵거나 일제 강점기와 같은 역사적 풍파로 인해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한 딱한 사정을 가슴에 품고 있다.

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움은 사치였고 호사였던 이들도 있다.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한 이후 이름석자를 쓰지못해 가고 싶은 노래교실도 가지 못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못배운 설움은 어르신들의 자신감마저 붕괴시켰다.

이 같은 학생들에게 한마음 야학은 배움의 갈증을 풀어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배움은 단순한 학습이 아닌 삶과 진실하게 대면할 수 있는 자신감과 희망의 회복이다.

학생들은 한글을 깨치며 자신감을 회복했고 덧셈을 배우며 희망을 더했다.

한마음 야학은 지난 1989년 7월 10일 문을 열고 배움을 갈구하는 시민들의 소중한 배움터,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개교 초기에는 천막교실에서 수업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터를 잡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어려운 상황도 겪었다.

하지만 현재는 40여 명의 선생님들과 100여 명의 학생들이 교감하고 배움을 함께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낭보도 전해졌다.

대전시가 한마음 야학을 관내 430여 개에 달하는 민간단체 가운데 최우수단체로 선정했다. 시는 다음달 19일 열리는 NGO축제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지난해 345만 원 수준이었던 시 지원금도 최대액수인 500만 원으로 늘었다. 선생님들의 헌신과 지역사회 기여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때문에 보다 내실있는 야학운영이 가능해졌다는 희망가도 울려퍼지고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과정을 가르치는 김현영 씨는 “학생들에게 배움은 즐거움이고 생활의 큰 변화”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외려 그들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혁 한마음 야학 교감은 “우선 외부의 많은 도움을 받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며 “앞으로는 야학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움의 기회를 빼앗기거나 놓친 많은 사람들이 야학을 통해 희망과 자신감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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