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들이 2월에 들어 개학맞이로 분주하지만 대전지역 고등학교에선 개학분위기가 사라졌다.

대전지역 대부분 고교들이 겨울방학 전 학사일정을 모두 마친 후 3월 시작되는 새학기까지 개학을 미룬 것.

이에 따라 대전지역 고교생들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보충수업 외에는 개별 공부를 진행하며 타지역 학생들과는 다른 방학을 보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반배치까지 끝낸 상태에서 1학년들은 2학년 교실에서, 2학년들은 3학년 교실에서 보충수업을 받으며 올라갈 학년의 교과과정을 선학습하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대전지역 60개 고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조사한 결과 3월 새학기와 함께 개학하는 학교는 과반수가 넘는 34개 고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에 개학하는 학교들도 대부분 중순이 지나야 겨울방학을 끝내고 학사일정의 대부분은 방학이 시작되기 전 이미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220일의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학교들은 방학을 늦게 시작함으로써 겨울방학을 새학기까지 미룰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개학을 새학기까지 미룬 대부분 고교들은 1월 초에서 늦게는 1월 중순에 접어서야 겨울방학에 들어갔고 심지어 1월 30일에 겨울방학에 돌입한 학교도 있었다.

대전 서구의 한 고교 관계자는 “예전처럼 2월초에 개학을 하게되면 봄방학을 하는 시기까지의 교육과정이 어정뜰 수 있다”며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등학교는 매학년 수업일수 안에서 학교의 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여름·겨울방학을 포함한 휴업일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이 학사일정이 조정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겨울방학 늦어지다보니 학생들이 가장 추운 시기인 1월에 수업을 받아야 하고 겨울방학과 봄방학 사이 기간이 없어져 학교나 교사, 학생들이 새학기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겨울방학과 함께 학년을 마치다보니 방학 중 보충수업이 선학습으로 흘러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충남은 현재 2~3개 학교만이 학사일정을 그렇게 운영하고 있고 그 학교들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독려하고 있다”며 “교육과정의 본디 의미가 있는데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립학교의 경우 2월 중순에 인사이동이 있고 학생들이 긴 방학동안 단기 해외유학을 가는 경우도 있더라”며 “개학을 새학기에 맞추는 것은 장기간 자기시간을 가지려는 교사들의 편의적 발상”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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