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이 ‘4·11 총선 참패’에 이어 심대평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향후 진로를 놓고 극심한 혼돈에 빠졌다. 지난 2008년 이회창 대표체제로 출범한 선진당은 18대 총선에서 18석을 얻으며 원내 ‘캐스팅 보트’를 쥐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19대 총선에선 5개 의석(지역구 3석, 비례 2석)을 얻는데 그쳤고, 정당득표율도 3.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이는 창당 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새로운 활로조차 안갯속이다.

선진당의 이 같은 좌초는 19대 총선 이전부터 당내에서 심대평 대표와 이회창 전 대표 간의 불협화음이 첫 번째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당 내분이 불거지면서 19대 총선에서 충청권 유권자들로부터 싸늘한 심판을 받은 셈이다. 선진당은 앞으로 전당대회 개최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심산이지만, 뚜렷한 묘안은 여전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이인제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킬 가능성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당을 추스르기에 앞서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과감히 수용, 당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려는 ‘당내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차기 대표 역시 그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던 전례를 고려하면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기 역할에 갈등이 야기될 경우 당은 좌초를 넘어 큰 암초 덩어리에 부딪혀 소멸할 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각 기초단체장 및 기초·광역의원들이 서서히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선진당 소속 광역단체장은 염홍철 대전시장과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유한식 세종시장 등이 있으며, 기초단체장은 대전지역 구청장 3명과 충남 시장·군수 4명 등 7명이다.

광역의원의 경우 대전시의회는 22명 중 16명, 충남도의회 역시 39명 중 20명으로 아직까진 1당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4·11 총선 결과는 재앙에 가깝다. 2년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도모하기는커녕 당장 당이 몰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전·충남 지방자치를 책임지고 있는 선진당의 혼란이 지자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실제 일부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은 당 색깔이 다른 당선자를 만나 줄을 서는 등 정치 진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은 표면적으론 “당이 어려움에 봉착한 만큼 활로를 모색해 일어서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론 ‘각개전투’ 식으로 찢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지역 정치계 한 인사는 “선진당의 회생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광역·기초단체장·의원들이 함께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유한식 세종시장 당선자, 염홍철 대전시장 역시 앞으로 행보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벌써 당 해체, 보수연대 등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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