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이 19대 총선에서 미니정당으로 전락했다. 선진당 국회의원 5석(지역구 3석+비례 2석)으로는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선진당이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선진당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18석(지역구 14석+비례4석)을 확보한 이후 제3정당 역할 찾기에 나서 한 때나마 정치적 실리를 거뒀던 것은 사실이다. 비록 선진당과는 정체성이 다르지만 정책연대 형식으로 창조한국당과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조한국당과의 '어색한 동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심대평 전 대표가 2009년 8월 당시 이회창 총재의 독선적 당 운영에 반발, 탈당하면서 교섭단체 지위도 깨졌다.

선진당의 위기는 이때부터 본격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봐야 옳다. 선진당의 원내 영향력이 급격하게 약화됐다. 텃밭에서도 6·2지방선거와 7·28 재보선 결과 잇따라 참패했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 등 지역현안에서도 이니시어티브를 잡지 못했다. 무기력한 지역 정당의 모습을 한탄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왔다. 지방선거 직후 당내에서 '선진당 수명 소진론'이 거론될 지경에 이르렀다.

정당이 책임정당, 대안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국민에게 부단하게 각인시켜 주지 못할 경우 살아남지 못한다. '제3정당론'을 앞세워 거대 여야를 심판해야 한다는 단순 논리만으로는 옹색하다. 다른 정당보다도 비교우위의 시대적인 비전 제시를 통한 국민설득 과정이 필수적이다. 주요 정당이 정강정책 및 공약과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인적 쇄신에 주력하는 것도 수권 정당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럴진대 지역 정당이라고 해서 뼈를 깎는 자생력 확보에는 뒷전인 채 지역민의 애향심에 호소하는 방식만으로는 진정성을 얻기 어렵다. '전국 정당의 꿈'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우선 지역 기반부터 탄탄하게 다진 이후에나 노려볼만한 일이다. 그런 기본적인 개념조차 정상 작동되지 않은 요인은 여럿이다.

선진당 내부의 논의구조 및 의사결정 구조, 더 나아가서는 리더십의 후진성에서 그 원인을 먼저 찾을 수밖에 없다. '이회창-심대평' 간의 끊임없는 갈등을 바라봐야만 했던 지역 민심의 피로감이 극도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대선 때 국민중심당 대통령 후보였던 심 대표가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지지 선언한 데 이어 그 이듬해 18대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선진당을 함께 창당했다면, 상호 신의와 성실 그리고 책임의식을 존중하는 통큰 의지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보수대연합론'이 선진당에게는 양날의 칼이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당에 대해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다'라는 인식이 지역민 사이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선진당에 표를 주어도 결국은 새누리당과 연합하거나 아니면 합당할 것'이라는 예단도 여기에서 나온다. 선진당이 '충청 독자세력론'으로 이에 맞서왔지만 그 결과는 이번 선거에서 본 그대로다. 새누리당이 선진당의 쇠락한 틈새를 치고 들어와 안방을 차지한 격이다. 선진당의 정체성 혼란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 주시할 대목이다.

불과 6년 전(2006년 2월) 자민련이 창당 11년만에 한나라당에 흡수 통합됐던 전례는 함축성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 정당투표 결과 선진당 지지율이 대전, 충남에서 각각 17.90, 20.39%에 이른다. 지지자가 적지 않다. 선진당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희망의 정당으로 거듭 날 것인지 아니면 몰락할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다. 설령 선진당이 문을 닫더라도 충청지역 기반 정당이 또 다시 탄생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다. '충청소외론'이 불식되지 않는 한 그러하다. 그건 어떤 경로나 시기상의 문제일 따름이다. 충청의 정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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