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토막 살인사건으로 조현오 경찰청장까지 사의를 표명했지만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찰도 ‘112 허위신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해 수백 건에 달하는 112허위신고는 자칫 경찰의 치안 부재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기인한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대전경찰의 112신고센터에 접수된 범죄신고는 43만 5618건. 이 가운데 허위·장난신고는 555건으로 월 평균 50여 건에 가까운 허위·장난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 31건을 비롯해 2월 28건, 1월 32건 등 총 91건의 허위·장난신고가 경찰에 걸려왔다.

여기에 범죄 가능성이 없는 생활민원 신고까지 합하면 경찰이 출동하지 않아도 되는 신고건수는 더욱 늘어난다. 특히 최근에는 수원 토막 살인사건의 잘못된 112대응 논란 속에 잘못된 허위·장난신고가 더 심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10일 대전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지금 죽게 생겼다. 누가 찔러 죽이려 한다. 트렁크에 실려 있는데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다”는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은 즉시 112순찰차량 4대와 형사 등 60여 명을 급파해 신고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나서는 등 신고가 들어온 동구 용전동 일대 수색에 나섰지만, 결국 이 신고는 한 30대 남성이 술에 취해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11일 걸려온 “우리 아이가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안다. 나는 인생이 살기 싫다. 죽이고 교도소 가고 싶다”는 신고전화 또한 50대 남성의 취중 허위신고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밖에 만취상태에서 112에 전화를 해 “관등성명을 똑바로 대지 않는다”며 “당장 윗선에 말해 경찰관을 그만두게 하겠다”고 전화기를 붙잡고 온갖 욕설을 퍼붓는 시민에서부터 “위치는 어딘지 모르니까 위치추적으로 내가 있는 술집을 알아내 와 보라”고 으름장을 놓는 시민도 있다는 게 경찰의 하소연이다.

그러나 허위·장난신고와 생활 민원성 신고는 자칫 경찰의 치안 부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경찰이 허위·장난신고 등으로 출동하게 되면 경찰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또 다른 신고자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력 낭비를 막기 위해 경찰이 현장 상황을 ‘최우선 출동(코드1)’, ‘일반 출동(코드2)’, ‘비출동(코드3)’으로 구분해 대응키로 하는 등 112신고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 관계자는 “경범죄처벌법상 허위 범죄 및 재해를 신고하면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질 수 있고 신고 내용이 악의적일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입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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