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이란 표현이 딱 맞았다.

지옥을 경험한 대전시티즌이 11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7라운드 경기에서 2-1로, 올 시즌 감격의 첫 승을 따내며 그간 부진에 대한 실망감을 조금이나마 털어냈다.

0승 0무 6패, 1득점 12실점, 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 16개 구단 중 꼴찌. 이 경기 전까지 대전이 받아든 최악의 성적표다.

때문에 상주 전에서만큼은 기필코 1승이 필요했다. 또 절체절명의 순간, 리그 최약체 팀으로 꼽히고 있는 상주 전에서의 패배가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승리는 더 간절했다.

이 때문일까. 이날 대전은 달랐다.

승리에 대한 절실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수들의 단합은 상주를 압도하기 충분했다.

특히 중앙 압박에 능숙한 팀워크를 보여줬고 날카롭게 찔러주는 패스, 시의적절한 슈팅에 영리한 커팅까지. 대전의 숨은 저력은 대단했다.

골 가뭄은 어느 정도 해갈됐고, 용병을 포함 선수들의 조합도 꽤 괜찮았다.

선수들은 지역 팬들에게 '아직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외침'을 이날 경기에서 플레이로 표현했다.

그 결과 대전은 전반에만 2골을 몰아붙이는 등 무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유상철 감독은 지난 부산전과 마찬가지로 정경호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다. 미드필더진에는 김형범이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공·수를 조율했다.

이들의 플레이는 빛을 발했다.

김형범은 공격의 물꼬를 텄고 정경호는 마지막까지 뒷문을 잘 지켜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장기’인 프리킥으로 상대를 위협한 김형범은 전반 10분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대전의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김형범은 잘 올려줬고 문전에 있던 김창훈은 머리로 잘 받아 상주 골망을 갈랐다.

기세가 오른 대전은 공격의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또 김형범이 있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강하게 휘어지는 김형범의 크로스를 바바가 왼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한 볼이 상대 수비 발에 맞고 상주의 골대로 유유히 흘러들어 가며, 추가골이 완성됐다.

후반 들어 상주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첫 승을 위한 지역 팬들의 염원을 등에 업고 필사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대전의 의지를 꺾기는 다소 무리였다.

철통수비로 마지막까지 골문을 지켜낸 대전은 마침내 2-1로 경기를 마쳤다. 6연패의 사슬을 끊는 순간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유 감독 및 코칭 스태프, 선수들은 부둥켜안고 시즌 개막 이후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유상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승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오늘 하루만이라도 승리의 기쁨을 즐기고 싶다"면서 승리를 견인한 김형범에 대해서는 “부상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선발로 나가고 싶다는 눈빛만은 강했던 것 같다. 김형범의 킥력을 활용하기 위해 세트피스 상황을 많이 연습했는데 승리의 주요 원인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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