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농산물 산지유통인 박 모(57) 씨는 얼마 전 겪은 황당한 일만 생각하면 밤잠을 설친다.

전남 신안의 한 농가와 계약을 맺고 배추 출하를 앞둔 박 씨는 지난달 23일 3305㎡ 규모의 밭에서 키우던 1만여 포기의 배추를 모두 도난당한 것.

박 씨는 “지난달 27일경 수확을 위해 밭을 찾았지만 황당하게도 누군가 먼저 와 배추를 싹쓸이 해갔다”면서 “채소가격이 많이 올라 농산물 절도가 빈번하다는 소릴 들었지만 직접 당하고 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작황 부진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배추값이 네달째 상승하며 3배 이상 가격이 폭등했다. 특히 채소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수확을 앞둔 농산물을 통째로 훔치는 등 절도 사건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제공하는 가격정보 사이트(www.kamis.co.kr)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 322원이던 배추(1㎏.상품기준) 가격은 이달 평균 1105원으로 3.4배 올랐다.

가격변동 추이를 보면 지난해 12월 평균 322원이던 배추(1㎏.상품기준) 가격은 올 1월 335원에서 2월 524원으로 올랐고 3월(921원)부터 급격히 상승해 5일 현재 112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농업관측정보를 보면 지난달 배추 상품(10㎏) 도매가는 7764원으로 평년보다 16%나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런 이유는 2월 한파로 겨울배추 작황이 크게 악화돼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겨울배추 저장 출하량 감소와 4월 중순이후 출하되는 시설봄배추 역시 출하면적이 지난해보다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이 같은 가격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예상 밖의 한파로 농산물가격이 연일 상승하면서 금값이 된 배추나 고추, 호박 등을 훔치는 절도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지난 3일 도매시장 공판장에서 상습적으로 농산물을 훔친 혐의(절도)로 A(30) 씨를 구속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중도매인 일을 하는 자신의 형을 따라다니며 얼굴을 익힌 대전지역 중도매인들에게 접근한 뒤 물건 값을 나중에 지불하는 거래 형태를 악용, 호박 30박스, 청양고추 27박스 등 360만 원 상당의 싣고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축물량을 풀어 가격안정에 나섰지만 워낙 산지 공급량이 부족하다 보니 당분간 가격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큰 폭으로 오른 배추값을 고려해 배추 비축물량 3000t을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를 통해 공급, 가격 안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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