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직전 자동차가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돼 판매되는 등 중고차시장의 유통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 서구 월평동 중고차매매단지에 근무하는 안 모(29) 씨는 고급 외제 중고차를 찾는 지인의 부탁으로 인터넷 중고차 쇼핑몰을 통해 적합한 차량을 물색하던 중 충북 청원의 한 매매상이 매물로 올린 2008년 5월식 렉서스 승용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행거리가 5500㎞에 불과한 데다 무사고 차량이라는 점에 솔깃한 안 씨는 지난달 28일 해당 업체를 찾아 자동차 점검을 전문으로 하는 한 사단법인 명의의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상 무사고 차량임을 확인한 후 현금 4670만 원에 차를 구입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대가 흔들리고, 코너를 돌 때 전방 타이어가 차량에 닿는가 하면 오일이 새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에 무사고 차량임을 의심한 안 씨는 전문업체에 정밀점검을 의뢰, 앞 부분이 심하게 손상된 후 수리된 유사고 차량이란 판정을 받았다.

또 보험개발원에 중고차 사고이력정보를 조회한 결과, 지난해 9월 전손(全損) 사고가 발생, 신차가에 해당하는 6520만 원의 보험금이 차주에게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안 씨는 “대형 사고로 인해 완파된 차량을 매매상이 헐값에 구입해 외관을 깨끗하게 수리한 후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시켜 되판 것”이라며 “같은 매매상끼리 속일 줄은 정말 몰랐다. 어수룩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오죽하겠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또 “나에게 차를 판 딜러는 잘못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법적으로 해 봐야 민사소송이라 복잡하고 시간만 끌게 된다. 4000만 원을 줄테니 다시 넘겨라’고 답변한 채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명백한 사기행위로 형사범으로 처벌받도록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안 씨의 주장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사고가 났던 차라도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명시돼 있듯 무사고 차량과 같은 수준의 이상 없음을 판정받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이전 차주가 소유했을 당시 사고 여부에 대해서는 고지할 의무가 없다”며 “만약 성능·상태점검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와 관계가 없다. 구입 전에 꼼꼼하게 차량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매수인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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