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대전·충남 후보들이 저마다 내건 슬로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 후보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슬로건을 유권자에게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총선에 임하는 전략이 슬로건을 통해 한눈에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지역 정치계에 따르면 후보마다 유권자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슬로건을 정할 때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성 슬로건은 야권 후보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민주통합당 강래구(대전 동구), 박범계(〃 서구을), 엄승용 후보(충남 보령·서천)는 ‘확 바꿉시다’, ‘변화의 바람’ 등의 슬로건을 각각 내걸었다. 새누리당의 일당 독점을 깨려는 의지가 슬로건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홍보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전·충남 선거구 후보자 17명 전원의 홍보물에는 ‘박근혜 위원장과 함께’라는 문구와 사진이 그대로 묻어 있다. 이는 지역 후보들이 박 위원장만 바라보며 ‘박근혜 마케팅’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이에 ‘전략 부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슬로건을 통한 대결 구도도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전 중구 새누리당 강창희 후보와 민주당 이서령 후보, 자유선진당 권선택 후보가 슬로건으로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지난 17·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번의 고배를 마신 강 후보는 ‘뼈저리게 반성했습니다’, ‘그동안 많이 부족했습니다’는 문구로 애절함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강 후보의 ‘대통령 만들 사람’이란 문구는 오히려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작 표 줄 사람은 유권자인데, 벌써 대선부터 앞서 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격하듯 민주당 이서령 후보는 ‘저에게 대통령은 서민입니다’로 맞서고 있다. 오직 서민을 위한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며 새누리당을 견제하는 슬로건이기도 하다.

권선택 후보는 ‘대전의 맏아들 충청을 지킬 사람’이란 슬로건으로 거대 양당을 겨냥했다.

권 후보의 홍보물을 보면 ‘마지막이라는 사람에게 중구의 미래를 맡기시겠습니까’, ‘아직 길도 모르는 초보운전자에게 중구의 미래를 맡길 것’인지에 대해 유권자의 판단을 호소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도 세종시 최초 기획론과 지킴·완성론을 놓고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후보는 ‘세종시 완성, 정권교체’, ‘세종시의 최초 기획자’를 강조하며 기획·정책통임을 앞세웠다. 특히 국회의원 5선, 국무총리 등 화려한 경력을 나열하며 인물론을 부각했다.

선진당 심대평 후보는 거대 양당 힘에 밀려 ‘잃을 뻔한 세종시를 지켰다’는 문구로 그동안 충청인이 수정과 원안을 놓고 싸웠을 때의 고통을 회상하게 하고 있다. 심 후보는 자신의 경력 대신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이끌기 위한 공약 등을 일제히 홍보물에 제시했다. 여기에 충청 출신의 토종 리더란 점에도 초점을 모았다.

지역 정치계 한 인사는 “슬로건 하나로 유권자가 후보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파급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저마다 내놓은 구호가 유권자 마음을 움직이는데 어느 정도 역할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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