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요식업소를 운영하던 김 모(53) 씨는 경기침체 여파로 식당을 폐업했다. 김 씨는 지난 2000년 관광버스 사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버스 구입 명목으로 A금융기관에서 3년 약정향로 5000만 원을 빌렸다. 그러나 새롭게 시작한 운수업도 모회사의 부도로 실패했다. 결국 김 씨는 수천만 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06년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고 이듬해인 2007년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 및 면책허가 결정을 받았다. 이에 A금융사는 김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1심에서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 5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개인회생 및 파산 신청자 상당수가 사기(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 등의 혐의로 고소돼 처벌을 받고 있어 이들을 구제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개인회생 제도를 통해 면책을 받은 채무자에 대한 대여금 사기죄 인정 여부는 경제적 회생을 도모하려는 서민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만, 법원과 검찰의 이중적 잣대로 이들을 범법자로 전락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8일 대법원, 대전지법 등 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접수된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모두 4만 7874건으로 지난 2006년에 비해 14.7% 감소한 반면 대전·충남은 모두 4458건으로 동기 대비 28% 늘었다.

또 대전지법에 접수, 인용된 개인회생 건수도 지난해 모두 4220건으로 지난 2006년에 비해 29.7% 급증하는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심각한 경기침체의 태풍이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개인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개인회생 및 파산신청자들이 금융기관 및 채권자들로부터 차용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당할 경우 수백만 원의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는 동시에 제외 채권으로 분류, 개인회생의 실익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전지검 관계자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고 해도 채권회수에 대한 사기죄는 성립돼 개인회생과 차용 사기는 민·형사상 분리된 사안으로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처리돼야 한다"며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늘면서 대여금 사기로 고소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으며, 대부분 유죄로 판결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판사와 변호사 등 소장파 법조인들은 검찰의 판단과는 달리 서민들의 회생 의지를 꺾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전지법 문봉길 판사는 "개인의 신용 및 변제능력에 대한 평가는 돈을 꿔준 금융기관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채무변제능력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금융기관이 책임져야 할 문제를 법원에 미루는 차용사기는 문제가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문현웅 변호사도 "개인회생과 사기죄의 충돌은 결국 채무자가 변제의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는 점을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회생을 신청한 대부분의 서민들이 사기죄로 고소될 위험에 크게 노출된 만큼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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