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가인하 정책의 하나로 석유를 주식처럼 거래하는 전자상거래시장이 30일 개장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주요 공급자 역할을 하는 국내 정유사는 물론 실수요자인 주유소들이 유가 인하보다는 형식적인 거래에 그칠 것이라는 관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가 승인한 매매 주체들이 30일부터 거래소가 제공하는 플랫폼 상에서 석유제품을 일반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석유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매매주체는 정유사와 수출입업자, 대리점, 주유소 등 거래소에 신청 후 가입 승인을 받은 곳으로 한정된다.

주식거래와 다른 점은 상하한폭이 전일 대비 5%로 좁혀지고, 당사자간 매매 조건을 협의한 후 거래소에 해당 사항을 신고할 수 있는 협의대상거래가 허용된다.

또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거래대상에서 제외되며 가격가 변동 등 거래 상황 역시 등록된 매매주체 외에는 볼 수 없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전자상거래 도입에 따라 그동안 정유사가 사실상 독점하던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공개돼 자연히 가격인하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국내 주요 정유사가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수출입업체나 대리점, 주유소 업체 등 수십여 곳에서 신청을 한 상태”며 “20여 년간 정유사가 독점해온 수직거래 관계가 한순간 경쟁거래 체제가 되기 때문에 거래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석유제품 공급자인 정유사 4곳이 개장 하루 전인 이날에서야 참여 신청서를 냈고, 제품 매수자인 대전지역 주유소들도 거래신청을 낸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전자상거래 도입과 함께 주유소들이 매월 판매량의 최대 20%까지 타사 기름을 혼합해 판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방침에 대해 정유사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A정유사와 공급 계약을 맺은 주유소가 거래를 통해 매입한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혼합해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이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면 정유사 간 책임공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상당수의 주유소들이 혼합판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정유사들은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적인 보안책이나 세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유가 인하를 위한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혼합판매 방침이 지속되면 책임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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