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비라도 보탤까 아르바이트 삼아 했습니다.”

건장한 20대 남성이 법정에 서서 고개를 떨궜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남자의 말에 불쌍하다며 수군거렸다. A(29) 씨가 법정에 선 이유는 경범죄처벌법 1조 13항(광고물 무단 첩부)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광고 전단지를 아무 곳에나 붙이다 잡혀 와 즉결심판을 받게 된 것.

판사는 딱한 듯 A 씨를 바라보더니 정황을 물었다.

“일거리가 없어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고 전단지를 붙이는 것이 죄가 되는지 몰랐다”는 A 씨의 답변이 이어졌다. 판사는 “이제는 죄가 되는지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하지 말라”며 A 씨를 타일렀고 결국 정상이 참착돼 A 씨는 최하한도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즉결심판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서민경제 침체로 A 씨의 경우처럼 생계형 경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대전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즉결심판 처리 건수는 747건으로 같은 해 1/4분기 579건과 비교해 168건 증가했다. 즉결심판은 증거가 명백하고 죄질이 가벼운 사건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는 약식재판이다. 20만 원 이하 벌금형이나 30일 이내 구류에 해당하는 범죄가 그 대상이고 관할 경찰서장이 법원에 청구한다.

이 같은 즉결심판의 증가 원인은 최근 서민경제 침체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각종 이유로 서민들이 저지르는 경범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심으로 법정에 서는 유형도 여러 가지다. 무임승차, 무전취식 등 소액의 돈이 시비가 돼 즉심에 회부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원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이후 즉결심판 회부 건수가 증가세에 있다”며 “최근에는 유독 생계형 경범죄로 법정에 서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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