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각종 대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대출조회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좀 더 낮은 금리나 높은 대출액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신용조회를 할 때마다 자신의 신용평점을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급한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과 저축은행 등을 찾아다녔던 A(44·대전시 중구) 씨는 자신의 신용등급이 8등급이라는 사실과 대출 가능액이 예상외로 적다는 것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별다른 연체도 없었던 데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던 터라 적어도 중간 이상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 씨는 지난달 급전이 필요했던 형의 부탁으로 6~7군데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조회를 했었고, 이 결과 신용등급의 급락을 가져왔다.

국내 금융권이 사용하는 개인신용등급은 한국개인신용(올크레딧)이나 마이크레딧, 크레딧뱅크 등 신용평가 전문 기관에서 개인의 대출, 연체, 신용카드 사용 등에 대한 종합 결과를 신용평점으로 매겨 산정된다.

신용평점은 0~1000점 까지를 10단계로 구분한 것으로 최고 1000점부터 등급 당 40~70점씩 내려가고, 대체로 400점 이하는 최저등급인 10등급에 해당된다.

금융권은 이를 바탕으로 단일 또는 복수의 신용기관에서 받은 신용평점에 각자의 은행 내규를 적용해 대출 여부와 가능액 등을 결정한다.

보통 대출조회를 할 때마다 시중은행의 경우 건당 10점 내외, 제2금융의 경우 건당 30점 이상 하락하기 때문에, 700점대의 4등급인 사람도 대여섯 건의 대출조회만으로 순식간에 최저 등급까지 추락할 수 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좋은 조건의 대출을 찾으려고 무분별하게 조회를 하다가는 결국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거나 아예 대출 자체를 거부당하기도 한다”며 “특히 요즘처럼 은행들이 대출에 민감한 때에는 각별한 주의와 신용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대부업체나 신용평가 대행업체에서는 대출자가 제출한 서류를 가지고 임의대로 부분별하게 대출을 조회, 대출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최저 등급까지 급락하는 경우도 있다.

전직 신용평가 관련업체 직원 L(37·여) 씨는 “대출조회를 많이 하면 할수록 실제 대출을 받은 것처럼 간주해 그동안 아무리 좋았던 실적도 무용지물이 된다”며 “실제 이 때문에 대출을 거부당한 사례도 있는 만큼 대출조회는 신중히 해야하고, 특히 대부업체에 조회를 일괄 위임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떨어진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이용을 꺼리기보다는 오히려 주거래은행을 확실히 정해 소액이라도 신용카드를 꾸준히 사용하고 소액대출 등을 착실히 상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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