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청주 중앙공원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2주기추모 충북도민안보결의대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2년 전 대한민국 서해 백령도에서는 영해를 지키기 위한 우리 해군들의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졌다. 북한은 어뢰를 이용한 무력 도발을 감행했고 기습 공격을 당한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차가운 심해로 침몰했다. 천안함 2주기를 맞은 26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날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충북도내 곳곳에서 열렸지만 분위기는 1년 전과 사뭇 달랐다.

특히 지난해 국회의원과 지역 기관단체장 등의 참석이 봇물을 이뤘던 것에 반해 이날 추모 행사에는 전원 불참, 이들이 과연 국가와 지역을 대변하는 정치인인가를 의심케 했다. 특히 국가안보는 ‘노병의 전유물’로 전락한 느낌마저 들게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 등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한 것과 달리 충북도 주요기관장들의 이같은 태도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은 이날 오전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모 기업의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추모 행사에 불참했다. 청주에 적을 둔 대기업의 출범식이라는 의미의 방문이었지만 으레 국가적인 추모 행사가 다가오면 충혼탑 참배 등을 실시하던 종전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 26일 청주 중앙공원에서 열린 故천안함 46용사 2주기추모 충북도민안보결의대회에 참석한 총선후보(왼쪽부터 새누리당 정우택·윤경식, 민주통합당 오제세, 새누리당 김준환)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이종윤 청원군수도 이날 추모 관련 행사에 일체 참여하지 않았고, 평소 국가 안보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이기용 충북도교육감 또한 지역 기관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날 행사 등에 불참했다. 불참 릴레이는 오후에도 계속됐다. 청주시 중앙공원에서 열린 천안함 2주기 추모 행사는 노병과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만이 참석한 채 지역인사들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나마 4·11 총선에 출마하는 일부 국회의원 후보들이 얼굴 알리기를 위해 찾은 것이 노병들에겐 위안이었다.

이를 두고 참석자들은 나라지키는 일이 군인과 노병들만이 하는 일이냐며 분노했다.

시민 양모(54) 씨는 “전국적인 추모 물결이 충북만 비켜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타 업무로 바쁘다 하더라도 국가적인 행사에는 참여하는 것이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장들의 모습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이날 오후 추모행사가 열린 현장의 분위기는 썰렁 그 자체였다. 추모 행사를 준비한 사회단체 회원 500여 명만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천안함 46용사의 넋을 위로하는데 그쳤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올해는 총선도 있고 다들 바빠서 참석하는 외부인사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이정도의 무관심으로 그칠지는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썰렁하기는 시민들의 반응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날 청주보훈지청이 중앙공원에서 전시한 2주기 안보 사진전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이날 아들과 행사장을 찾은 시민 최모(38) 씨는 “천안함에 대해 관심이 식은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행사장을 찾지 않을 생각이었다”며 “지역의 높은 어른들이 먼저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기관장들의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느슨해진 국가 안보의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충북재향군인회 관계자는 “천안함 46용사를 잊지 않고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그들을 추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파와 이념을 뛰어 넘어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 그들의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충고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