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49) 씨는 얼마전 장인상을 치르면서 겪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통이 터진다. 장인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경황이 없었던 최 씨 가족은 집 근처 병원의 장례식장을 문의했으나 이미 모든 빈소가 꽉 차서 다른 병원 장례식장에 자리를 잡았다.

장례용품 구입비와 시설사용료를 포함해 식비를 제외하고 3일장을 치르는데 든 비용은 무려 500여만 원. 하지만 최 씨는 비슷한 시기에 모친상을 겪은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최 씨의 장인상에서 사용됐던 관과 수의가 같은 재질이었지만 가격은 최 씨의 절반이었다.

청주지역 장례식장의 장례비용이 천차만별인데다 가격 규제마저 없어 마음만 먹으면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들이 장례식장을 수익사업으로 여기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청주지역 장례식장들이 요구하는 장례비용은 같은 기준(3일장, 화장)으로 최소 200만 원에서 많게는 600만 원까지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장례식장마다 가격비교를 할 겨를이 없는 유족들은 사실상 선택권을 상실한 채 식장 측에서 부르는 가격대로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 입관용품의 경우 최저가와 최고가간 최고 50배 차이를 보였으며, 대여용품도 2.5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설 병원 C 장례식장 경우 최고가의 영안실은 96만 원(1일)부터 최저 15만 원(1일)이고, H 장례식장 영안실 1일 대여료는 40만~60만 원 선으로 크지 않은 가격차를 보였다. 반면 대학병원으로 시선을 옮기면 상황은 달라진다. 충북대학병원의 경우 가장 큰 평수 영안실의 1일 대여료는 136만 원, 가장 작은 영안실은 24만 원으로 100만 원 이상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마저도 제때 빈소를 찾지 못하는 유족들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없어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장례식장 측의 상술은 수의나 유골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신이 염습을 하고 있는 수의는 장례 절차 중 특히 거품이 많은 부분으로 꼽힌다. 업계에서 최고급 소재로 꼽는다는 안동포 수의는 충북대병원의 경우 300만원, 청주의료원의 경우 290만 원에 달한다. 다음으로 닥나무로 만든 국산수의는 150만 원, 가장 저렴한 수의는 20여만 원으로 큰 가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수의의 원가는 판매가의 4분의 1 수준인 72만 원에 불과하다. 또 30만~5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유골함의 실제 원가 또한 5만~10만 원선에 불과했다. 경황이 없는 유족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장례식장 업체들의 얌체 상술이 유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셈이다. 일부 장례식장의 경우 장례용품을 전시하는 공간에 고가의 용품만을 전시하고 있다. 20만~40여만 원의 수의는 유족들이 찾아 볼 수 없는 구석에 배치하고 최고가의 수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유족들의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

현행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 관리법에 따르면 수입 제품에 한해서 수입자명, 제조국명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례식장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원산지는 밝히고 있지만 제조년월일을 알리지 않고 있어 유족들의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에 장례식장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장사정보 공개 사이트에서 대부분 장례용품의 가격을 밝히고 있어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이다.

청주소비자 보호센터 관계자는 "장례식장마다 서비스 질의 차이가 나긴 하나 정부의 가격 규제와 끼워 팔기 단속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며 "장례식장의 정보공개를 통해 적정선에서 가격이 맞춰질 수 있는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