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사건 2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故강준 상사의 유가족들이 대전 현충원 천안함 46인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장수영 기자  furnhanul@cctoday.co.kr  
 

“내 동생 오늘은 뭐했니. 평택에 있던 한 달 동안 흐드러지게 폈던 야속한 벚꽃이 곧 피겠네. 네 덕에 벚꽃이 싫어졌어. 벚꽃 축제할 때 온다던 사람이 사라져버려서. 누난 매일 너 보러 가는 날짜만 카운트다운 하며 산다. 보고 싶어.”

“여전히 내 방에 있는 첫 휴가 때 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볼 때면 아주 긴 출동을 나가서 전화도 안 되고 편지도 안 되고 그냥 잘 있겠거니 하는 생각만으로 버텨보자던 내 다짐이 다 무너져버려. 볼 수 없다는 게, 먼저 보냈다는 게 이런 감정이구나. 이기적인 누나는 이렇게 눈물이 나네.”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포격도발 사건으로 숨진 고 임재엽 상사(대전)의 미니홈피에는 아직도 누나와 그 가족들이 살고 있다.

동생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지 2년이 흘렀지만, 임 상사의 누나는 손수 미니홈피를 관리하며 편지를 쓰고 아직 동생을 보내지 못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너랑 전화할 때마다 뱃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통화 잘 안 됐던 거 기억난다. 너무 보고 싶어.”

충남 천안 출신의 고 김선호 병장의 미니홈피에도 김 병장의 생전 사진과 그리움 가득한 친구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친구들이 남긴 방명록과 댓글은 애틋하다 못해 벅차오르는 감정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난다.

김 병장과 함께했던 살아생전의 기억과 앞으로 만들어나가기로 했던 추억들을 지워버리기에는 그 아픔이 너무 크게만 다가온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 원정7리 사서함 800-32호 2함대 사령부 천안함 하사 이상민(해상병544기)’ 충남 공주 출신의 고 이상민 하사의 미니홈피 머리말에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 친구들의 편지를 기다리는 듯 함대 사령부 주소가 적혀있다.

이 하사의 시간은 2010년 3월 26일에 그대로 멈춰선 듯 가족들과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고 가족들도 아직 이 하사를 놓지 못했다. “돌아가고 싶다. 교복 입던 시절로 그럼 귀염둥이 상민이를 만날 텐데 너도 그립지?”라는 이 하사 누나의 글에는 그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있다.

26일은 천안함 폭침 2주기. 지금도 천안함 46용사의 미니홈피에는 이렇듯 이들에 대한 애끊는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하는 가족과 군 동기, 친구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충남에서도 지역에서 태어났거나 이곳에서 학교를 나온 10명의 용사가 천안함 폭침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그들에 대한 가족들과 친구들의 그리움에 대한 표현은 꿈에서라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 간의 비망록이자, 슬픔을 이고 사는 시인들의 뜨락이다.

한편, 천안함 폭침 2주기를 맞아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3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의 묘역과 고 한주호 준위 묘소를 참배하며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묘역 참배를 마친 뒤 “천안함 2주기 행사에 김황식 국무총리가 참석하지만,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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