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 진출을 선언한 롯데가 충북 충주에 생산공장 건립을 위해 초스피드 행보를 보이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선 걸림돌도 만만치 않아 업계 판도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1월 충주시와 충주신산업단지에 맥주공장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개월 만인 이달 8일 국세청으로부터 맥주 제조 면허를 취득했다. 당초 오는 2017년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롯데는 충주기업도시에서 실험 성격의 소규모 맥주 생산을 먼저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롯데는 오는 7월부터 내년 4월까지 1만㎡ 규모의 공장을 지어 연간 50만㎘의 맥주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같은 롯데의 발빠른 행보는 업계에서도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롯데가 아사히맥주와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소규모 설비를 갖춘다면 맥주 생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맥주생산을 위해선 공장 건립 후 최소 2~3년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워낙 빠른 속도이기 때문이다.

반면 안정적인 시장 안착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충주 맥주공장 설립비용이 약 7000억 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다 시장 점유율 1%를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약 200억~300억 원의 마케팅 비용, 기타 투자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면 수천억 원의 투자금이 예상된다. 따라서 만족할 만한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그룹 전체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주류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이를 소비하는데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량 생산이라도 롯데의 맥주시장 진출이 가시화되자 업계에서는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소주 '처음처럼'과 위스키 '스카치블루', 맥주 '아시히맥주', 와인 등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가 맥주까지 직접 제조하게 되면 명실상부한 종합주류회사로 도약하게 된다. 사실상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양분하던 국내 맥주시장에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더욱이 롯데의 강력한 유통 장악력은 기존 업체들에게 상당한 위협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점유율 제로에서 시작하는 만큼 녹록치 않은 시장 진입이 예상되는데다 충주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더라도 대량생산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당장 위협이 되진 않을 것"이라 평하면서도 "다만 강력한 유통 장악력을 가진 대기업인 롯데라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내 맥주시장은 3조 50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오비맥주 51.2%, 하이트진로 48.8%의 양강 구도 속 수입맥주가 5%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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