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충북 A대학 졸업생인 박 모(28) 씨는 한 번 뿐인 졸업식에 참석지 않기로 했다. 취업을 실패한 박 씨는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졸업식이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졸업 학점이 4.3, 토익 성적 854점, 제2외국어 자격증까지 갖춘 수재이다. 교환학생 경력까지 갖춘 그는 25개 회사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결국 박 씨는 다시 해외유학의 길을 택했다. 통역 일을 의뢰받아 1년간 해외생활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박 씨는 “대학생활을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에게 학사모를 건네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도피하듯 외국으로 떠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이번 통역 일이 취업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2. 올해 청주소재 B대를 졸업하는 김 모(27) 씨는 현재 자포자기한 상태다. 최종 합격한 모 기업으로부터 합격취소 통보를 최근에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씨는 최종 합격한 2곳을 놓고 고민하다 이미 다른 한 곳은 포기한 상황이어서 충격은 배가 됐다.이 기업으로부터 양해해 달라는 마지막 전화 한 통에 그는 할 말을 잃었다.

김 씨는 “남 일인 줄만 알았던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며 “졸업연기제를 신청해 졸업을 미루겠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최근 극심한 경기침체로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취업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학생들은 남보다 더 좋은 스펙을 갖추려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취업시장이 위축돼 이마저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취업이 ‘낙타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 어려워지자 졸업을 미루고 휴학을 연기하는 등 대학생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실제 청주대의 경우 졸업연기제를 신청한 학생은 지난해 176명에서 올해 202명으로 증가했다.

충북대는 4학년 재적생 5011명 가운데 22%인 1101명이 휴학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대학 졸업 뒤 취직에 실패해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보다 졸업을 미루더라도 취업에 성공하자는 대학 풍토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들이 졸업생보다는 졸업예정자를 선호하고 기업들의 상시 채용이 늘면서 대학생 신분이 보다 중요해진 것도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취업 불안감은 학년이 낮아져도 여전해 대학을 취업 준비학교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충북대 취업팀 홍창희 씨는 “최근 수시 채용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수시 채용공고가 나도 인턴이나 계약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원대 취업지원팀 배기순 씨는 “요즘 기업들이 경력직 같은 신입사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공부와 커리어 관리 등 학생들의 부담은 점점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최현애 기자 cch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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