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이해찬 상임고문이 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세종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명숙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 연합뉴스  
 

민주통합당이 세종시 초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출격시키기로 하면서 이번 4·11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이해찬’이라는 거물급 인사의 등판만으로도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이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사이에 당의 운명을 건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선진당 세종시 총선 후보로 심대평 대표가 이미 나선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와 심 대표의 격돌은 총선뿐만 아니라, 총선 이후의 후유증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총리가 승리할 경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정신적 성지’를 지켜냈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대선을 앞두고 충청의 핵심지역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수익이 기대된다.

여기에 총선 과정에서 이해찬 효과는 세종시 인근인 대전과 충북, 충남지역의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패배한다면 이 전 총리 뿐만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심각한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간판급 인물인데다, 한명숙 당 대표와 함께 막후에서 총선을 진두지휘해 왔다. 여기에 12월 대선의 잠룡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의 실패는 자칫 총선 실패는 물론 잠룡으로서의 꿈도 접어야 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전 총리의 출마 결심은 그 만큼 정치 생명을 건 승부인 셈이다. 그가 수 차례에 걸쳐 이번 총선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전 총리는 19일 “당초 출마를 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고 여러 차례 제 입장을 표명했지만 세종시는 참여정부에서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고 추진한 중요한 정책적 과제이기에 참여정부의 책임을 졌던 사람이 출마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한 대표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 대표가 하든 내가 하든 누군가는 출마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출마 결심의 배경을 말했다.

선진당 입장에서 이 전 총리의 출마로 인해 세종시 선거는 당의 자존심을 넘어 당의 존폐가 걸린 승부가 됐다. 심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방어’에 성공한 것이지만, 실패한다면 당의 중심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가에선 “심 대표에게는 득보단 실이 많은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심 대표가 이 전 총리를 이기면 심 대표 개인의 주가만 오르겠지만 당 차원에서는 별로 이득되는 것이 없는 반면, 패배하면 당이 와해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선 신 진 충남대 교수가 전략공천으로 세종시에 출마하고 박희부 전 의원과 오진천, 박재성 후보 등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과 선진당은 이 전 총리의 출마에 대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충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출마를 완강히 거부해오던 이 전 총리의 선택에 충청인은 그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 분명하다”며 ‘골프 총리로 잘 알려진 분의 모습과 세종시의 미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진당 대전시당은 “마지못해 등떠밀려서 이 전 총리가 출마를 했다”며 “세종시를 두고 당 내 권력다툼 끝에 진 쪽이 ‘할 수 없이 나가겠다’는 식의 오만한 행태를 충청인은 직시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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