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 보안에 또다시 구멍이 뚫렸다.

만취한 민원인이 아무런 제지 없이 보안 시설인 지방청사 내부에 난입해 돌아다니다 112지령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황당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경찰 간부의 청장 컴퓨터 해킹 사건이 발생한지 수개월도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한번 보안의 허점이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대전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0시 10분경 A(47) 씨가 만취 상태로 대전지방경찰 청사 1층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112지령실로 향했다.

A 씨는 곧바로 지령실에 들어가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는 등 소란을 피우다 공무집행 방해와 공공건물 침입 등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조사결과 A 씨는 하루 전인 16일 오후 길가에 1톤 트럭이 주차돼 불편하다며 112에 신고를 했으며, 이후 조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38회나 같은 전화를 반복하며 욕설과 불평 불만을 이야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음날 술에 취해 차주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을 질책하던 중 경찰에 대한 불만을 품고 지방청사에 찾아와 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만취한 민원인이 중요시설인 지방청 지령실에 들어오는데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토요일 주말이라 대부분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출입에 관한 모든 책임은 당직자에게 있다. 그러나 이날 1층 근무를 섰던 2명의 당직자들은 순찰 등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찰의 허술한 청사 내 보안 관리는 물론 당직근무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직원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특히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서울 핵 안보회의를 앞두고 보안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킹사건으로 보안강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번 만취 민원인 침입 사건으로 또다시 허점을 노출하면서 사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실추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당시 당직자들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으며 사실 확인 등을 거쳐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보안 시스템에 대해 진단하고 문제가 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보완을 거쳐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 씨를 구속하는 한편 정확한 침입 경로와 목적 등을 조사 중이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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