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선처 바랍니다”는 성의 없는 부실변호에 그쳤던 국선변호인제가 피의자 권익향상에 큰 몫을 담당하며 완벽하게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8월 기소 전 국선변호인제가 시행된 뒤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도 낮아지고 있는데 기인한다. 14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1심 재판을 받은 인원은 5352명으로 2010년의 5036명과 비교해 316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수도 4555건에서 4883건으로 328건 늘었다.

기소 전 국선변호인제가 시행된 뒤 구속영장 발부율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한 해 대전지법에 청구된 구속영장은 2661건으로 이 중 2073건이 발부돼 78%의 발부율을 보이면서 국선변호인제가 시행되기 전 85% 이상 발부됐던 것과 비교해 7~8% 낮아졌다.

이는 국선변호인들이 피의자들의 권익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선변호인제는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 중 돈이 없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이 대신 변호인을 선임해주는 제도로, 국선변호인은 일반 사건 수임이 금지되고 법원이 배정하는 사건 만 담당한다. 보통 2년 계약에 600만~800만 원의 월급을 받아 웬만한 로펌(법률회사)의 초임 월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소 전 국선변호는 국선전담변호인들과 일반 국선변호인들이 나눠 맡게 되며 건당 12만 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대전지법에는 현재 국선전담변호사 8명과 분기별로 다른 기소 전 국선변호인 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소 전 국선변호인제가 확대되기 전에는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예상되는 사건, 미성년자이거나 70세 이상의 노령자, 농아자, 심신장애자인 경우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만 법원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줬다. 하지만 기소 전 국선변호인제가 확대된 뒤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피의자들도 영장실질심사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을 만나 재판까지 이어지면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전까지 구속영장 청구단계에서의 변호사 선임비율이 5~6%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했을 때 국선변호인제가 피의자 권익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기소 전 국선변호인제 도입 이후 실질적인 피의자 방어권 행사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율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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