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학교폭력 근절방안이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교육당국은 교내 폭력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늑장대처로 일관해 학교폭력 척결 의지가 의문시 되고 있다.

12일 충북 청원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또래 학생을 성추행 하는 등 상습적으로 괴롭힌 남녀 고교생 5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입건되는 일이 발생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이날 청원 모 고등학교 A(18) 군 등 남녀 학생 5명을 강제추행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 군 등은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같은 반에 다니는 B(18) 양에게 잠자리를 함께 하자는 등의 말을 하며 성추행하거나 수시로 폭행한 혐의다. 이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B 양은 수차례 자해를 시도한 것은 물론 현재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피해학생 B 양은 지난해부터 같은 반 친구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

교실에서 모든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머리채를 잡히기도 수차례, 욕설을 퍼부으며 “돈을 줄테니 잠자리를 하자”는 등 B 양의 수난은 계속됐다. 견디지 못한 B 양은 교내 상담교사를 찾아가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고 돌아오는 대답은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 뿐이었다. 결국 B 양의 부모는 지난달 26일 가해 학생 5명 등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학교는 부랴부랴 해당 학생들을 등교 정지시켰다.

B 양의 부모는 경찰에서 “매일 집에 돌아와서 울고 심지어 자살 시도까지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 신고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폭력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지난달 26일 이후 B 양은 가해 학생들로부터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하게 시작했다. 가해학생들은 “너 때문에 우리가 학교 못나오는 거다”며 직접적으로 따져 물었다. B 양은 점점 친구들 사이에서 ‘밀고자’로 내몰리며 소외받기 시작했고 현재 청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2일 사태파악에 나선 충북도교육청은 “2년 전부터 학교에서 꾸준하게 면담을 시도했던 학생이었고, 자살시도 또한 가정불화로 인한 것이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해당학교를 찾아 2년 전 B 양의 상담을 진행했던 교사들에게 직접 연락해 당시 면담 내용을 파악하는 등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지난 상담 내용을 찾아 확인하고 당시 학교의 대응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폭행이나 괴롭힘을 당해서 자살기도를 했다는 것은 학생 측의 경찰 진술만 일부 부풀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가해 학생들과 같은 반이 되는 것을 원치 않던 B 양이 수차례 반을 바꿔달라고 요청했었다는 주장에 대해 “반 배정을 하기 전 희망 학생들을 상대로 변경 신청을 받고 있다”며 “B 양의 경우 뒤늦게 전화로 바꿔달라고 했기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2년 전 B 양이 처음으로 상담실을 찾아 상담을 요청했을 당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던 학교가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가해 학생들을 등교정지 시키는 등 늑장대처를 했다는 지적이 다. 청주의 한 교육관계자는 “당시 상담을 진행할 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대책마련에 나섰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가해학생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다른 잠재적 가해자들한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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