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서북경찰서 수사과장이 고소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사건을 처리한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북서 수사팀이 피고소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고소인 법률 대리인측은 “경찰 수사가 피고소인에게 중요한 진술은 조서에 기록하지 않는 등 노골적으로 고소인에 유리하게 진행했다"며 "결국 경찰 수사기록은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 9월 천안의 A 병원이 아산의 B 병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B 병원의 협상대표로 나선 사무국장 C 씨가 계약금과 중도금조로 7억 원을 받은 후 인수협상 결렬을 선언하자 A 병원 원장이 C 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하면서부터다.

A 병원장은 C 씨가 병원을 양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된다며 고소장을 천안서북경찰서에 접수했던 것.

피고소인 측 변호사는 “사건의 핵심은 피고소인이 사기의도가 있었느냐 여부인데 이를 판단하기위해서는 피고소인이 병원의 경영권 양도문제를 실질적 소유주인 이사장과 협의를 했느냐가 핵심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이 핵심 논리로 지목한 부분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무시했다는 대목. 변호인 측은 그 근거로 “경찰조사에서 경영권 양도문제는 피고소인과 이사장이 모두 사전에 협의가 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법원에 가서 따지라'며 조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사장은 검찰의 증인신문에서 “경찰 진술에서는 병원 매각을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법인 매각은 불법이기 때문에 '아니다'고 답한 것이지, 매각과는 성격이 다른 경영권 양도문제를 사무국장하고 상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진술해 이를 뒷받침했다.

게다가 부부관계인 이사장과 피고소인이 병원의 존폐가 걸린 '경영권 양도' 문제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변호인 측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윗선(수사과장)의 지시를 받은 담당 경찰이 피고소인(사무국장)이 이사장 몰래 불법 매각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몰고 간 의혹이 짙다”며, “이번 수사과장의 비위가 드러나면서 심증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이미 드러난 사실 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 1심은 결국 지난달 22일 C 씨에게 징역 3년형이 언도되면서 마무리됐다.

변호인 측은 “경찰이 고의로 C 씨의 진술을 누락한 조서가 법원에 제출됐고,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항소심에서 C 씨의 억울함이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충남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6일 서북서 수사과장을 직위해제 한데 이어 7일 고소인을 수사과장에게 소개해 준 연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천안=유창림 기자 yoo772001@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