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대전시티즌 대표가 취임 8개월 만에 결국 퇴진하면서 최은성 파문으로 촉발된 시티즌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김 대표는 어제 구단주인 염홍철 대전시장에게 사퇴의사를 밝혔고, 염 시장은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김 대표의 사퇴는 선수 재계약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단초가 됐다. 이후 업무추진비를 신설하고 인쇄물업체와 경호업체를 돌연 교체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김 대표는 임명 때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눈총을 받아왔다. 그러나 특유의 뚝심으로 시티즌을 쇄신하려 노력을 기울여온 건 평가받을 만하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시티즌이 위기에 빠졌으나 곧 정상화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럼에도 대표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내홍이 끊이질 않았다. 김 대표는 시티즌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는 심정에서 서둘러 용퇴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중도하차로 구단주인 염 시장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김 대표의 임면권자가 바로 구단주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염 시장이 "시민 여러분과 시티즌 팬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시민들에게 사과한 건 책임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역 연고의 대중적인 스포츠구단은 지역민들에게 만족과 행복감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대전 연고지를 더욱 튼실하게 하려는 노력도,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박찬호 김태균 선수를 영입해 흥행몰이를 준비하는 것 모두 시민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시민의 성원을 먹고 자라는 시민구단이 바람 잘날 없는 행보로 속을 썩인다면 누가 그들을 응원하겠는가. 이름 있는 스타플레이어도 없고 풍족한 살림살이도 아니지만 '집안'이 편안해야 신바람이 나는 법이다.

구단주인 대전시장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공평무사하게 새 수장을 뽑아야 마땅하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대표는 유능한 축구 스포츠 경영인을 지역연고와 관계없이 전국 공모를 통해 선임토록 하겠다"는 염 시장의 발언은 기대를 갖게 한다. 축구전용연습장 선수숙소 건립과 같은 당면 사안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겠다. 시티즌이 작금의 위기에서 벗어나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구단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