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름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상습적으로 공업용 연료를 훔쳐온 유조차 운전기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훔친 연료를 일정 장소에 모아두고 자신들의 차량에 주입하는 것은 물론, 거래하는 주유소와 짜고 수억 원의 유가보조금을 가로채는 등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자신들이 운송하는 부생연료(난방유)를 상습적으로 빼돌리고 유가보조금을 가로챈 혐의(절도 등)로 유조차 기사 A(29)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유조차 기사와 짜고 일명 ‘카드깡’을 통해 매출을 부풀리고, 결제금의 일부를 돌려받은 혐의(사기 등)로 주유소 업주 B(54) 씨 등 7명을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충남 서산시 한 고물상에 저장탱크 시설을 갖춰놓고, 운반 중이던 부생연료 중 한번에 200~600ℓ의 기름을 덜어내는 수법으로 모두 30만 8854ℓ(시가 3억 5000만 원 상당)를 빼돌린 혐의다.

또 주유소 업자들은 이들과 모의해 유류지원 카드를 이용, 실제 경유를 주유한 것처럼 꾸며 결제금의 10~20%를 받는 등 1억 원 상당의 유가 보조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범행에 가담한 유조차 운전자들은 부생연료를 적재할 당시 관리자들이 기사들을 믿고 주유구 봉인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운반 과정에서 몰래 저장해 놓았다가 자신의 유조차나 지인들의 차량 연료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서 이들은 “기름 값이 계속 올라 유류지출비용이 늘어나다보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름을 조금씩 훔치게 됐다”며 생계형 범죄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오랜 범행기간과 잘 갖춰진 저장시설, 많은 절취량 등 지능적인 범행 수법과 연료비를 제외한 이들의 한 달 수입이 800만~1000만 원에 이르는 고수익 등을 종합해 볼 때 생계형 범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피해대리점과 업체 측은 경찰이 모든 범죄사실을 밝혀내기 전까지 전혀 피해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세호 충남청 광역수사대장은 “실제 현장에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부생연료 운반차량 기사들이 이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 기름 값 인상으로 주유소와 짜고 경유대신 저가의 부생연료를 넣는 행위까지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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