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5~6학년 초등생과 중학생들이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또래 학생들을 협박해 수백만 원의 돈을 빼앗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당 학교는 이를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쉬쉬’한 채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교폭력을 방관하는 교사 등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은 일단 덮으려고 하는 학교의 관행이 피해학생들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해학생 부모와 해당 학교 등에 따르면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A 군은 최근 몇 달 전부터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한 학년 선배 5명, 중학교에 다니는 동네 선배 3명 등 9명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괴롭힘은 수개월간 지속됐고 급기야 이들은 A 군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10원에 한 대씩 때리겠다”, “학교생활을 힘들게 만들겠다”며 A 군을 협박했고 겁에 질린 A 군은 급기야 아버지의 지갑에 손을 대기에 이르렀다. A 군은 보름 사이 아버지 지갑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60만 원과 30만 원을 훔쳐 이들에게 상납했고, 이들은 이 돈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이 사실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지갑에서 잇따라 돈이 없어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A 군의 아버지가 아들을 추궁했고, 친구와 선배들의 괴롭힘에 돈을 훔쳐 상납한 사실을 알아냈다. A 군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언론을 통해서만 듣던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됐다는 생각에 경찰신고와 함께 학교와 교육 당국에 진상파악을 촉구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학교 측의 반응은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가해학생들과 피해를 본 A 군 사이에 중재에 나선 학교는 빼앗긴 돈을 돌려주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A 군의 아버지는 학교에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괴롭힌 아이들이 아직 미성년자라 재발방지를 위한 반성문 작성 외에는 학교에서는 더 이상 해 줄 일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반성문을 쓰는 선에서 끝난 이들의 학교폭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피해는 다시 고스란히 A 군과 또 다른 피해자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A 군을 인근 상가에서 기다렸다 둘러싸고 위협했다.

“너 때문에 학교에서 혼났고 반성문까지 썼다”는 게 이유였다.

또 이들은 A 군 외에 A 군의 친구인 B 군을 협박해 5만~10만 원의 돈을 상납받기도 했다.

학교폭력에 대해 쉬쉬하며 덮기에 급급한 학교의 미온적 대응이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진 셈이다.

A 군의 아버지는 “학교폭력이 외부로 알려지면 이미지가 실추되고 상급기관의 질책을 받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쉬쉬하면서 쌍방 화해를 종용하는 것밖에 더 되느냐”며 “대구 중학생 사건처럼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야 그때 제대로 된 대응을 할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최초에 이 일이 발생했을 때 A 군이 돈을 빼앗긴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돈을 훔쳐 준 것으로 얘기해 그런 줄만 알았다”며 “현재는 가해학생들의 부모를 따로 불러 각서 등 재발방지 교육과 함께 담임들이 개별지도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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