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성은 6일 대전 구단주 염홍철 시장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지역 팬들과의 작별을 고했다. 이승동 기자  
 

대전시티즌의 ‘역사’ 최은성(41)이 결국 대전을 떠났다. 대전은 결국 최은성을 지키지 못했다.

최은성은 6일 대전 구단주 염홍철 시장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지역 팬들과의 작별을 고했다.

염 시장은 전날 대전의 한 이사를 보내 ‘코치 영입’, ‘리그 전반기 코치, 후반기 선수’, '은퇴 후 외국 지도자 연수'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지만, 대전을 떠나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재계약 과정에서 불거진, 구단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서운함이 묻어난다.

일상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최은성은 대전시청 접견실에서 염 시장, 대전 이사, 시 관계자 등과 30여 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어 약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최은성은 “이제 집에 가야죠” 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홀연히 자리를 떴다. 그 누구보다 화려해야 할 '레전드'의 퇴장은 막 정리가 끝난 그라운드처럼 쓸쓸했다.

◆ “모든 것이 제탓입니다. 마음을 접었습니다.”

이날 30여 명의 취재진 앞에 선 최은성은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시청을 찾았다”며 “이렇게 파장이 커질줄 몰랐다. 모든 것이 내 탓이다. 마음을 접었다”고 담담하게 현재의 심정을 전했다. 이어 "지역 팬들의 집단행동을, 고생한 후배들을 위해 자제해줬으면 한다"며 마지막까지 대전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또 “최근 쉬면서 중학생 아들이 아침에 등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이렇게 잠시 쉬고 싶다”며 “다른 구단으로 가는 것은 나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잘안다. 앞으로 계획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염 시장도 체념한 듯, 아쉬움을 표했다. 염 시장은 "본인 뜻을 존중할 수 밖에 없지만 언젠가 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며 “대전에서 시작했으니 끝도 대전"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어 ‘최은성 사태’에 대해 "구단이 레전드라는 가치에 대해 조금 소홀했고 너무 사무적으로 접근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이번 사태에 대한 실수를 인정했다.

김광희 대표가 이번 사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게 아니다. 김 대표와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은성의 은퇴식은 없다.

염 시장은 “대전 그라운드에 다시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은퇴식은 무의미하다"며 대전을 두둔했지만 구단의 소극적 대응에 따른 최은성의 거절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4년 동안 한결같이 대전의 골문을 지켜왔던 최은성은 K-리그 역사상 단일팀에서 가장 많은 경기(464경기)에 출장한 독보적 프렌차이즈 스타다.

그는 2001년 처음으로 FA컵 우승컵을 차지했을때도, 지난해 승부조작으로 위기에 내몰렸을때도 언제나 대전의 희망이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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