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내놨는데 팔리질 않으니 이사도 못가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뿐입니다."

대전 둔산지역을 비롯해 대덕구·동구 외곽지역에 부동산 거래가 끊기면서 당장 이사를 계획했던 수요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일부 수요자들은 이전할 주택에 계약금까지 지불해 놓고도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잔금을 치를 여유가 없어지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대전시 대덕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4) 씨는 최근 서구 월평동으로 이사를 결심하고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인근 공인중개업체에 내놨지만 '감감 무소식'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 씨는 이미 이사갈 집에 계약금까지 지불한 상태로, 입주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매매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사갈 곳의 전 집주인이 빨리 잔금을 치러달라고 독촉하고 있지만 도무지 집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부동산중개업체 측에 가격을 좀 낮추겠다고 얘기를 해 놓기는 했지만 이러다 계약날짜를 못지켜 계약금만 날리는 것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전세로 나갈 경우 잔금을 치르려면 조금 더 자금이 필요한데 그건 또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지만 우선은 어떻게든 이 집이 매매되길 바랄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봄 이사철을 맞아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중개업소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전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도 거래가 원활치 않다는 점에 대한 부동산 업계의 분석도 다양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많은 거래가 이뤄진 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부동산 거래가 멈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전지역에 굵직한 분양 소식이 전해지지 않다보니 수요자들도 호재가 발생할 때까지 거래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부동산 거래 실종은 부동산 시장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어 더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한 목소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계약자 개인적으로는 이사갈 집에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계약 불발로 이어져 상호간에 손해만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악순환이 확대될 경우 결국 금융권 대출만 확대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집 한 채만 가진 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House poor)가 양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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