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계룡시에 사는 김은미(33·여) 씨는 최근 둘째를 출산했다. 하지만 첫째 출산 때와 마찬가지로 대전시 서구 둔산동에 있는 병원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김 씨가 살고 있는 계룡시에는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인근에 사는 산모들도 계룡시에서 비교적 가까운 대전 서구 관저동이나 둔산동에 있는 병원을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출산 시대에도 대전·충남지역에 정작 애를 낳을 병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출산장려정책이 구호만 요란할 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대전지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충남지역은 산부인과 3곳 중 2곳이 분만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비교적 인구가 적은 지역의 출산 가능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는 악순환이 시작되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대전시와 충남 각 시·군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전에 산부인과 진료과목을 갖춘 요양기관은 95곳이지만, 분만실을 갖춘 곳은 48곳에 불과하다.

충남지역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123곳의 산부인과 진료과목이 있는 병원 중 45곳 만이 분만실을 갖췄다. 3곳 중 2곳에서는 아예 애를 낳을 수 없다는 얘기다.

분만실이 있는 산부인과 대부분은 발전속도가 빠른 도심에 집중됐다. 도심이 낙후되거나 군 지역 등 농촌에는 아예 없거나 그나마 있는 곳도 극히 소수다. 대전의 경우 전체 48곳 중 서구 둔산동 등에 17곳이 집중됐고 동구와 중구 등 다소 낙후된 지역에는 각 4곳과 8곳뿐이었다. 동구와 중구를 합쳐도 서구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충남은 45곳 중 천안시에 17곳이 존재했고 금산군과 당진군, 서천군, 청양군은 각 1곳에 불과했다. 특히 부여군과 태안군, 계룡시에는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아예 없다. 이들 지역에 사는 산모들이 출산을 위해서는 원거리 대형병원으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응급 상황 발생 시에는 큰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출산 시대에 임신부가 줄어든데다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아 병원 측이 분만실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않다”며 “거점 산부인과를 만들고 분만실을 갖춘 병원이 아예 없는 지역은 인근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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