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위해 고강도 쇄신을 외쳤던 여야가 실제 공천과정에서 현역의원을 재기용하는 등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성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속에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민주통합당은 충북의 8개 선거구 가운데 청주상당, 청주흥덕을, 제천·단양, 청원, 증평·진천·괴산·음성, 보은·옥천·영동 6곳의 후보를 확정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청주흥덕갑 경선을 발표했다. 충주는 잠정적으로 후보선정이 보류됐다.

이들 선거구 가운데 4곳은 현역 국회의원, 1곳은 전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획득해 기성정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청주흥덕갑만 현역 국회의원과 비현역 구도의 공천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충주는 마땅한 인물이 없어 외부영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인물난을 겪고 있어 인적 쇄신을 위한 새 인물 영입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은 충북의 대다수 선거구에서 인물교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주흥덕갑의 공천경선도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를 병행하지만 인지도 등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유리해 정치신인의 등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이 인적 쇄신에 실패하면서 상당수의 지역에서 8년 전 열린우리당 복사판이 됐다. 공천이 확정된 전·현직 의원은 청주상당 홍재형, 청주흥덕을 노영민, 청원 변재일, 제천·단양 서재관 후보 등 면면이 제17대와 제18대 공천 상황과 유사한 수준이다. 제17대 총선 당시 충북의 8석을 싹쓸이 했던 주역들 대부분이 이번 선거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충주에 윤진식 국회의원만 공천이 확정됐다. 나머지 7개 선거구 가운데 청주흥덕갑이 전략공천지로 분류했을 뿐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현역은 물론 비현역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공천신청자 가운데 상당수의 인물들이 여러 차례 총선 도전에 실패했다.

제18대 총선에서 충청권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생존한 송광호 국회의원과 청주·청원, 중부4군, 남부4군에서 여러 차례 총선 도전에 실패한 인물들이 이번 총선 본선 행 티켓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신인까지 24명이 공천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새누리당 역시 과거 두 차례에 걸쳐 치른 총선 주자들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지역의 새 인물 영입을 계속하고 있지만,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어 고강도 인적 쇄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은 '도로 한나라당'과 '도로 열린우리당'의 대결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보선 이후 바뀐 유권자들의 선거 트렌드에 맞춘 여야의 인적쇄신, 국민 눈높이 등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경쟁력만 내세우는 기성정치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정치신인들이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앞서있는 현역 국회의원을 꺾고 정치에 입문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라며 “선거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 각 정당의 인적 쇄신은 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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