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과 '학생 자율성 훼손'이라는 논란 속에 지난달 17일 시작된 충북의 스쿨폴리스 제도가 도입 한달을 넘겼다. 현직 경찰을 학교 현장에 투입, 과잉 개입 아니냐는 당초 우려와 달리 스쿨폴리스는 한달 동안 150건의 상담과 15건의 폭력사건을 해결하는 등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특히 학교 내 폭력과 학교 주변 폭력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처음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경계의 대상이었다. 열흘이 지나도록 학교폭력을 상담하려는 학생이 없었다. 이에 스쿨폴리스들은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키 위해 학교로 나갈 때면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교내 순찰과 학교폭력 예방 강연 등 적극성을 보이면서 거리감을 좁혀갔다.

스쿨폴리스에 대한 나름의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영동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김혜진 경장은 “위센터에서 폭력예방 교육을 하면서 만난 학생 5명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상담하고 있다”며 “학교폭력과 비행의 중간에 있는 애매한 사건의 처리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스쿨폴리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원교육청에 파견된 윤진구 경위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하루에 2곳 정도 학교를 방문해 폭력예방 교육을 할 예정”이라며 “경찰관이 학교에 와 교육하는 것에 대해 교사들은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는 박용권 경위도 “형사사건 처리 경험을 살리면 ‘문제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피해학생 보호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스쿨폴리스들은 자신들의 의욕과 달리 일선 교육현장에서의 학교폭력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제천교육청에 배치된 김명기 경장은 “‘빵셔틀’(빵 심부름을 빙자한 금품갈취)이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가해학생들이 많다”면서 “피해학생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받는데 가해학생은 일종의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경장은 “학교는 폭력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기피해 경찰이 파악하는 학교폭력의 실태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중학교의 가해 학생들은 학교 처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동교육청에서 근무하는 김혜진 경장은 “폭력을 저지르는 일부 학생들은 교사들의 말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쉬쉬’하고 교육정책은 학교 상황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에서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현직 경찰이 투입된 스쿨폴리스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관 5명이 충북도 전체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다. 도내 초·중·고는 모두 474곳으로 스쿨폴리스 한명이 94곳을 맡는 셈이다.

실제로 스쿨폴리스들은 매일 학교 2∼4곳을 돌아보고 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다 보지를 못했다. 이들의 업무 범위가 폭력예방교육, ‘문제학교’ 상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 참석에 그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도내 한 교사는 “교육청에 상주하더라도 1명의 경찰관이 90곳이 넘는 학교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활동 범위가 순회강연, 회의참석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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