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말라야 오지마을 문화탐사단' 대원들이 지난 12일 네팔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 구간중 가장 높고 어려운 강진리(Gangjin Ri)에 오르고 있다. 우희철 기자
"못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동행한 대원들이 격려해줘 4773m 강진리까지 무사히 올라와 너무 기쁘다. 앞으로 이 보다 더 어려운 일이 닥쳐도 분명히 이겨낼 수 있겠다"

대전산악연맹(회장 박홍범) 청소년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충청투데이가 후원하는 '히말라야 오지마을 문화탐사단'(대장 이기열) 대원들이 지난 12일 네팔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 구간중 가장 높고 어려운 강진리(Gangjin Ri)에 오른 후 중학교 2학년인 이경아 대원이 눈물을 보이며 감격스런 소감을 밝혔다.

문화탐사단은 중고등학생 15명과 지도자 6명 등 21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15일 동안 네팔 카트만두(Kathmandu)와 히말라야 랑탕(Himalaya Langtang)지역을 중심으로 탐사 및 봉사 활동을 벌였다. 이번 탐사단에는 대전광역시와 대전산악연맹에서 경비를 전액 지원받은 도움계층 청소년 7명이 무상으로 전 일정을 같이했다.

탐사단은 지난 6일 인천공항을 출발, 홍콩을 거쳐 늦은 밤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 첫 날 밤을 보냈다. 이튿날인 7일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절벽지대와 산사태로 엉망인 비포장도로를 롤로코스트를 타듯 7시간동안 달려 본격적인 트레킹의 시작점인 샤브로벤시(Syabru Bensi 1460m)에 도착했다. 등산화, 옷, 학용품 등 현지 주민들에게 봉사 할 짐과 대원들의 짐으로 나눠 정리한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녘 요란스러운 빗소리에 잠을 깼다. 

   
▲ 라마호텔을 지나 고라타벨라로 향하고 있는 히말라야 오지마을 문화탐사대원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에 갑자기 내린 폭우가 탐사단의 발길을 막았다. 하지만 빡빡한 일정으로 출발을 미룰 수 없어 장대비를 뚫고 트레킹에 나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등산화와 옷 등이 젖어 더 이상 진행을 하기 어렵게 돼 대나무라는 뜻을 가진 뱀부(Bamboo 1970m)에서 예기치 못한 숙박을 하게 됐다. 첫날부터 이미 한국의 최고봉인 한라산보다 더 높은 지역으로 들어섰다.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던 비는 밤사이 잦아들고 다음날 아침엔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침 7시 아침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곧바로 출발했으나 비로 늦어진 반나절의 일정을 소화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꺼번에 고도를 높이면 산소부족으로 인한 고소병이 올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라마호텔(Lama Hotel 2340m)에서 점심으로 수제비를 먹고 3020m의 고라타벨라(Ghora Tabera)에서 네 번째 밤을 맞았다. 어찌나 많은 별들이 히말라야의 하늘을 수놓고 있는지 추위도 잊은 채 별 감상에 밤은 더욱 깊어만 갔다. 

5일째인 10일 랑탕마을(Langtang 3500m)에 다다르니 하얀 눈이 쌓여 있다. 출발하던 날 내린 폭우가 이곳에서는 눈으로 내렸다. 우리가 준비해간 물품을 지역민들에게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마을 사람들에게 오후 3시 30분까지 모이면 물품을 지급하겠다고 광고를 하니 사람들이 아이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준비해간 아이들 속옷과 학용품, 신발 등을 나눠주기 무섭게 물품이 동이 났다. 준비한 양이 적은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받았으면서도 더 많이 가져가려고 계속 줄을 서 받아 갔고 탐사단에서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밤새 바람 소리에 잠을 설쳤다. 더 높은 곳에 있는 강진곰파(Kyangjin Gompa 3800m)보다 랑탕지역이 더 추웠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한다.

   
▲ 카트만두 불가촉 천민촌 주민들에게 학용품등 물품을 전달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6일째 마지막 마을이 있는 강진곰파까지 올라갔다. 일부 아이들이 도착과 함께 소화불량과 두통을 호소하였지만 저녁이 되니 다행스럽게 많이 안정이 됐다. 저녁 8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7일째인 12일 새벽 헤드램프로 불을 밝힌 채 급경사를 따라 강진리 정상을 향했다. 짧았던 행렬이 자꾸만 길게 벌어진다. 모두가 숨이 턱 밑까지 차 몇 걸음 딛고 숨고르기를 반복하며 오른다. 지도위원들은 탐사단원들에게 오를 수 있다며 용기를 심어주고 힘차게 오르는 아이들을 보며 지도위원들은 더욱 힘을 냈다. 오전 10시 모두가 강진리 정상에 섰다. 히말라야의 파노라마가 눈에 들어왔다. 랑탕리룽과 강첸포 등 고봉들이 즐비한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모두 "난 할 수 있다"고 수 없이 외쳤다.

사흘에 걸쳐 하산을 한 탐사단은 곧바로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 불가촉 천민촌을 방문했다. 히말라야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사원이고 야생원숭이가 많고 몽키 템플로 불리는 스와얌부나트 (Swayambhunath) 인근 하천변에 40여 가구가 모여살고 있다. 각 가정에 학용품, 신발, 의약품은 물론 탐사단 지도위원들이 마련한 영양제도 나눠줬다. 이번 탐사단에 참가한 학생들은 더 넓은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눈을 키웠고 가난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배려를 배웠다. 또 어떠한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채우고 돌아왔다.

탐사단원 대장으로 참가한 고등학교 2학년인 김혜령 양은 "정말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참고 목표점을 오르고 나니 이젠 뭐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탐사대가 학생들에게 더 많이 소개되고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기열 탐사대장은 “도전정신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을 더 많이 키워 내겠다”고 말했다.

네팔=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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