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교육청, 경찰 등 전 기관이 앞 다퉈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발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전시성 행사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역 중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폭력써클이 수년간 같은 또래 친구들의 금품을 뺏고, 이를 다시 고등학교 선배들에게 상납하는 등 조직폭력배와 유사한 형태의 먹이사슬 형태로 진화하는 동안 각 일선학교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정확한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등 허술한 학생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23일 대전시교육청, 대전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대전 중구 지역의 9개 학교 중학생들은 지난 2009년 폭력서클인 '목동패밀리'를 구성, 같은 지역·또래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고,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써클이 9개 학교에 회원 42명이라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지만 각 일선학교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올 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해학생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를 통해 해당학교에 알려지면서 이들의 존재가 드러났지만 경찰이 이들을 형사처리한 뒤 공식 브리핑을 하고 나서야 시교육청이 인지하는 등 현 학교폭력 근절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 일선 학교와 교육청, 경찰 등 각 기관들과 학부모들이 학교폭력 문제를 서로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고,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수단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해 근본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번에 검거된 학생들을 보면 인근 학교에서 전학 온 학생부터 사립 대안학교 소속 학생, 권고 전학을 통보받은 학생까지 학교에서 이미 처벌을 받았거나 예정인 학생들로, 기존 교육당국의 처벌이 통제수단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났다.

기존의 권고 전학을 통해 인근 학교로 전학간 학생이 인근 학생들과 다시 연계해 써클 생활에 지장이 없었고, 일선 학교와 교육청, 경찰 등과의 유기적인 학생 관리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관계자는 "학교 폭력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학교에서 이들을 바로잡고 싶어도 마땅한 수단이 없다"며 "학생 인권은 있어도 교권은 없다. 체벌을 금지하면서 학생 지도가 어렵다"고 항변했다.

이어 "가정에서 지도가 안 되는 학생들을 학교에서 바로잡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교조 대전지부 박종근 사무처장은 "현 학력경쟁 시스템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며 "근본적 대책없이 처벌위주의 현 방식은 현실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며, 처벌보다는 예방과 상담 위주로 학교 폭력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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