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삽니다, 20만~30만 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택시 등에서 분실하는 사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좀처럼 되찾기는 쉽지 않다.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분실 스마트폰은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에 비해 되찾을 확률이 현저히 낮다. 택시에서 잃어버린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잃어버린 스마트폰은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22일 상습장물 취득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20대 남성은 지난 6일부터 최근까지 대전시 중구 유천동 모 나이트 인근 노상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에게 미리 제작한 ‘휴대전화 고가 매입’이란 문구가 적힌 명함을 돌렸다.

하루 사납금을 채우기도 바쁜 택시기사들에게 이 남성이 돌린 명함은 달콤한 유혹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은 명함을 보고 손님이 놓고 내린 스마트폰을 15만~20만 원에 넘겼고, 이 남성은 이런 식으로 100여 대의 스마트폰을 매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한 스마트폰을 주인에게 돌려주다 보니 택시에 놓고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명함을 받은 택시기사들이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팔아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터미널과 역, 유흥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대전 시내 곳곳에서는 지금도 분실 혹은 도난당한 스마트폰을 고가에 매입하는 전문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전역과 대전동부터미널 인근 택시승차장에 가보면 스마트폰을 매입한다는 명함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명함에는 스마트폰을 고가에 매입한다고 적혀 있고, 매입자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버젓이 적혀있다.

주로 명함을 받는 택시기사들도 스마트폰 매입 전문업자들과의 거래를 부정하지 않는다.

동부터미널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하루 사납금 채우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스마트폰 매입 명함을 반복적으로 받다 보니 돈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일종의 부업으로 생각하는 기사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팔린 스마트폰은 인터넷에서 중고폰으로 거래되거나 중국 등 외국으로 팔아넘기는 경우가 보통이다.
최악의 경우 속칭 대포폰으로 둔갑해 사기 등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분실된 스마트폰은 통신사가 일련번호를 조회해 국내 유통을 차단하지만 해외로 밀수출하거나 일련번호를 조작하면 추적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포폰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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