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가 결국 ‘총장직선제 폐지’를 선택했다. 선거에 따른 파벌조성과 연구기능 저하 등 역기능이 속출해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직선제를 접고 대학개혁과 학교발전을 위해 대학선진화 방안을 수용한 것이다. 충북대는 22일 오후 6시 총장직선제 폐지 찬반투표 마감 직후 공식발표를 통해 유효투표의 89.86%(투표율 61.94%)의 ‘찬성’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선언했다. 지난 해 9월 충북대가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로 지정된 지 무려 6개월 여 만이다. 이에따라 충북대는 자체 개혁안 마련과 총장선출제도 개선 등 대학선진화를 위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


   
▲ 충북대학교의 총장직선제 폐지를 위한 찬반투표가 끝난 22일 유영갑 투표관리위원장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찬반투표 결과 폐지안 선택

이번 충북대의 찬반투표는 대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찬성으로 결론이 날 경우 교과부로부터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에서 제외돼 자체 개혁을 추진하게 되지만, 반대로 결론이 날 경우 총장 퇴진 등 학교가 소용돌이에 휩싸일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 해 9월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에 지정되면서 충북대는 논란이 계속돼왔다. 교과부의 대학선진화 정책을 수용해야 하느냐의 문제였던 것. 반대는 교수회가 주도했다. 총장직선제 폐지와 관련한 자체 투표에서 70%가 넘는 반대가 나오면서 학교측은 구성원 찬반투표 자체를 연기해 왔다. 그러나 충북대는 올해들어 반대 분위기가 어느정도 수그러들었다고 판단하고 찬반투표 일정을 공고했다. 이제 찬성이 과반을 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실제 인문대와 사회대 교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단과대 교수들은 찬성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실적인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찬반투표에 앞서 반대 교수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총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도 벌였다. 반대 교수들은 “학교측의 총장직선제 찬반 투표는 공정성을 보장할 장치가 없는 사이비 투표”라며 투표거부를 분명히했다.

◆자체 개혁안 마련 등 탄력 전망

찬반투표 결과 총장직선제 폐지로 결론이 나면서 충북대의 대학선진화 추진은 이제 첫 걸음을 내딛게됐다. 교과부로부터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에서 제외되는 한편, 자체 구조개혁안을 마련해 독자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교과부와는 구조개혁 방안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김승택 총장을 비롯한 대학집행부도 새로운 추진동력을 얻게됐다. 반대 결론이 날 경우 총장사퇴 등 학교가 분란에 휩싸일 것이 전망됐지만 그러한 예상도 이젠 ‘기우(杞憂)’가 됐다. 충북대는 간선제 형식의 총장선출제도개선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총장선출제도개선위원회가 구성되고 안을 마련한 후 공청회를 통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안이 확정되면 학칙 개정 등 간선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진행된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총장직선제 폐지로 이제 대학선진화 정책과 관련해 첫 발을 디딘 상황이 됐다”며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고 향후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하는 등 할일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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