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격보다 더 싸게 팔면 중소유통업체들은 문 닫고 다 죽으란 말인가”

중소유통업체들이 밀집한 대전 오정동 도매시장 주변 한 식자재 납품 업체의 한 맺힌 하소연이다.

대기업의 자금력을 앞세워 지난해 문을 연 ‘청정물류’가 토착상권을 잠식하면서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16일 지역 유통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오정동 도매시장 인근에 문을 연 청정물류시스템㈜이 원가 이하의 물량 공세에 나서면서 지역유통 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청정원’ 브랜드로 알려진 대상㈜이 지분 100%를 가진 이 업체는 막대한 자본력으로 상당수 식자재를 마진 없이 납품하고 있어 유통업체의 기존 거래처마저 빼앗는 형국에 이르렀다.

한 식자재 납품업체는 “치열한 경쟁 속에 마진율이 5%도 안 되는데 원가 이하 공세에 나서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며 “지역업체를 교묘한 방법으로 인수해 골목상권까지 빼앗는 부도덕한 행위까지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오정동에 밀집한 다수의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청정물류가 들어선 지난해 5월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났고, 기존 거래선도 대부분 끊긴 상태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이 대전에 이와 유사한 업체 2곳을 추가로 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현재 ‘대상’은 오정동의 청정물류를 비롯해 상서동 싼타종합유통㈜의 지분을 100% 인수했고, 조만간 중구와 유성구에 각 한 곳씩 유통업체를 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중소상권 보호를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이 있지만 대기업의 ‘꼼수’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상생법은 대기업이 사업진출이나 확장에 나설 때 사업인수 전 또는 개시 90일 이내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대기업이 이를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개점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업조정 신청기간을 늘리거나 대기업 진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전지역 유통업체들은 오는 22일 오후 오정동 운암빌딩컨벤션홀에서 ‘대전유통연합회’ 창립총회와 총궐기대회를 열고, 청정물류 등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공동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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