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천 보탑사 3층목탑은 경주 황룡사 9층목탑을 재현, 신라인이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 통일의 염원을 담아 지난 1996년 지어졌다. 나들이 나온 관광객들이 목탑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이승동 기자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만은 늘 새롭고 숙연하다. 어느 덧 올해를 맞이한지도 두 달이 다돼 간다.

어려웠던 한해를 정리하면서 새해에는 다시 희망이 시작되기를 두손 모아 염원한지 엊그제 같은데…….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려보는 건 어떨까. 고적한 산사에서 자신을 되돌아본다면 새해의 보람된 출발의 약속을 다시 한번 되뇌일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 금토일에서는 충북 진천 보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보탑사로 떠나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보련산 자락은 마치 활짝 핀 연꽃을 닮았다고 한다. 보탑사의 아름다움은 빛이 난다. 빼어난 주변 경치와 조화를 이루며, 조용하고 아늑한 곳으로는 이곳만한 곳이 없다.

◆ 보탑사

보탑사는 대전, 충남·북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한나절 여행으로 사찰을 순례할 수 있다. 절 초입, 낙엽송과 잡목이 빽빽이 들어찬 계곡이 아직은 회색으로만 보인다.

보탑사가 가까워질 때 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거대한 느티나무다. 나무 옆에 있는 안내판을 읽어보니 수령이 300년이나 됐다고 한다.

계단을 올라 사천왕상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경내에 들어선다. 오늘날의 보탑사를 있게 한 거대한 삼층목탑이 반긴다. 연꽃잎을 연상케 하는 산세가 보탑사를 둘러싸고 있는 듯,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주변 풍광도 빼어나다. 정원은 고운 자갈로 덮여 있어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은 물론 절의 ‘구석 구석’, ‘편안하게’ 절을 감상할 수 있다.

3층목탑엔 각 층마다, 각 방향마다 다른 이름의 편액이 걸려 있었다.

대웅보전, 용화보전, 삼장전, 약사전, 미륵보전, 법보전, 도솔타전, 보장전, 적광보전, 대자보전, 수다라전, 극락보전 등의 편액이 보였다. 비구니 스님들만 머물고 있어서인지 곳곳엔 아기자기하면서도 절 전체가 깔끔하고 정갈했다.

이곳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 아니다. 고려시대 절터로 전해지는 곳에 비구니인 지광·묘순·능현 스님이 1996년 창건, 연륜이 15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탑은 웅장하기 그지 없어, 그야말로 보탑사를 명산대찰로 완성시킨다.

1992년부터 여러 분야의 장인들이 모여 불사를 시작해 1996년 8월 거대한 3층목탑을 완공했다. 이후 지장전, 영산전, 산신각 등을 세워 2003년 불사를 마쳤다. 3층목탑은 당대의 장인들이 지혜를 모아 세운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황룡사탑 재현한 보탑사 3층목탑

겉모습은 탑이지만 각층마다 법당이 들어선 다층 구조로 돼있다. 황룡사 9층 목탑 이래 1300년 만에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게 지어진 목탑이라고 한다.

황룡사탑 재현을 위해 목수 신영훈 선생은 강원도산 소나무를 자재로 썼고, 단 한 개의 쇠못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각 층은 부처님과 경전, 그리고 미륵불을 모시고 있는데 신라가 통일국가를 염원해 황룡사 9층탑을 세웠듯, 남북통일의 염원을 담아 지었다.

3층목탑의 높이는 42.71m, 상륜부(9.99m)까지 더하면 총 높이가 무려 52.7m에 이르는데, 15층 아파트와 맞먹는 높이다. 목탑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은 모두 29개나 된다.

절의 좌측편 구석진 자리에 보물 제404호 연곡리 석비가 있다. 비면에 글씨가 새겨져 있지 않아 백비(白碑)라고도 불리는 석비의 높이는 3.6m. 고려 초기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금당 동쪽의 약사여래 불단에 신도들이 초파일날 올려놓은 수박은 동짓날 기도가 끝난 신도들이 공양할 때까지도 썩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 주변 전각

우선 가상으로나마 극락세계를 그려보게 만드는 적조적.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상이 정중앙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다. 내부 벽화는 인도 부처님 열반지인 쿠시나가라의 모습이다.

영산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십대제자·십육나한·오백 나한이 모셔져 있다.

500나한은 그 표정이나 생김새가 각각 다르다. 한분 한분의 원형이 석고로 조각돼 있다. 석고 원형을 이용해 동주물로 조성한 나한은 그 조성 기간만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한다. 더불어 살지만 사람들 개개인의 모습이나 표정이 각기 다르듯 나한님들도 각양각색의 표정과 각각의 생김새로 조성됐음을 알 수 있다.

또 지장보살과 도명존자, 무독 귀왕을 모셔 놓은 지장전과 전통 통나무 건축 방법으로 지은 귀틀집 산신각이 자리잡고 있다.

법고각의 법고는 땅을 의지해 사는 중생을 제도키 위해, 목어는 수중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운판은 공중을 의지해서 사는 중생들을 제도키 위해서 친다고 한다. 7각으로 지어진 범종각의 범종은 지옥고통을 받고 있는 중생들까지 해탈케 하고자 하는 뜻을 담아 아침에 28번 저녁에 33번 친다고 한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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