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충북 청주 흥덕구 송절동 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SK회장이 업무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하이닉스 제공  
 

국내 재계 서열 3위 그룹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위용(?)은 남달랐다.

지난 14일 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후 첫 청주 방문에 나선 최 회장은 '현장경영 실천'을 모토로 내세우며, 직접 이천·청주공장을 방문했지만 지역사회와의 언로를 모두 차단하고, 지역민들의 관심사항을 외면하는 등 권위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며 빈축을 샀다.

15일 최 회장은 모든 언론과 민간인 노출을 차단한 채 하이닉스 이천·청주공장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살펴본 후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하며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이닉스가 행복할 때까지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뛰겠다"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자"고 밝혔다. 특히 그는 회장의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직원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하이닉스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재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임직원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격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친서민적인 이미지는 대외적으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방문은 그동안 SK그룹에서 하이닉스 인수 작업을 최종 마무리하고, 최 회장이 하이닉스 경영에 일선으로 등장한 뒤 처음 마련된 자리라는 점에서 청주공장의 임직원들 뿐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그 의미가 남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닉스는 청주권 업체 중 생산과 고용면에서 단연 최고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7년 정부의 하이닉스 공장 증설과 관련해 최종결정이 계속 유보되면서 청주시민들의 마음은 함께 타들어 갔다.

이런 가운데 열린 하이닉스 청주공장 유치를 위한 대규모 궐기대회에는 무려 3만여 명이 운집해 청주공장 유치를 촉구한 바 있다. 하이닉스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 회장의 이번 방문은 지역 언로 통제는 물론 일반인들과의 어떠한 소통의 자리도 마련하지 않은 채 오히려 '지역 홀대론'마저 불러왔다.

또 청주공장 내 생산라인 증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업 확대 방안과 그에 따른 지역 내 고용창출 등 지역민들의 주 관심사항을 해소해 줄 어떠한 발표도 없었다는 점도 최 회장의 방문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다준 가장 큰 이유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 최종 인수 후 처음 청주를 방문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지역민들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어떤 식의 형태를 취하건 자투리 시간이라도 마련했어야 한다"면서 "모든 언로를 틀어막는 것 자체가 지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SK그룹 본사 홍보팀에서 모든 일정을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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