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스포츠베팅사이트 캡쳐.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이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등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승부조작의 진원지로 불법 스포츠베팅사이트(이하 불법베팅사이트)가 지목되고 있다.

특히 불법베팅사이트는 이른바 ‘첫 볼넷, 첫 3점, 첫 득점, 첫 자유투’ 등 승부조작의 여지가 큰 베팅상품을 앞다퉈 도입하는 등 불법 및 변칙 영업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승부조작의 플랫폼= 불법베팅사이트

승부조작의 가장 핵심적인 요체인 불법베팅사이트가 성행하는 것은 승부조작에 따른 금전적 실익이 오가기 때문이다.

기존의 합법적 스포츠토토의 주된 게임방식은 최종 승부의 결과에 따라 배당률을 책정, 베팅금액에 따라 일정한 배당금을 지급한다.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A 구단과 저조한 승률을 보이고 있는 B 구단이 맞붙을 경우를 가정하면 A 구단에는 낮은 배당률, B 구단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률이 각각 책정된다. 이 같은 승부식 게임방식은 양 구단, 혹은 전 선수를 매수해야만 승부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불법베팅사이트들이 이른바 첫 볼넷, 첫 3점, 첫 득점, 첫 자유투 등 경기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선수 한 명만 매수하면 충분한 조작이 가능한 변칙적 상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야구는 선발투수 한 명만 매수하면 첫 볼넷은 무리 없이 조작이 가능하다. 농구의 첫 자유투의 경우에도, 선발급 선수 한 명만 매수해 슛 동작에서 파울을 지시하면 충분히 조작이 가능한 소규모 플레이다.

또한 특정 팀에게 점수를 더하거나 덜하는 핸디캡 방식 또한 조작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점수차가 클 때 발생하는 가비지 타임(Garbage Time)에 주로 투입되는 2진급 벤치멤버 1~2명을 매수한다면 조작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스포츠계의 끈질긴 독버섯= 불법베팅사이트

불법베팅사이트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수시로 입출금 계좌를 변경하는 등 단속망을 요리조리 비껴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암약하며 꾸준히 회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불법베팅사이트는 회원 모집을 위해 ‘추천인제’를 활용하고 있다. 이 방법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이트를 홍보해 끌어온 회원들의 베팅액 중 2~3%를 사이트를 소개한 추천인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실제 유명 실시간 인터넷 방송 서비스 업체인 A 사에서는 각종 스포츠 중계와 함께 노골적인 회원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특정 BJ(방송 중계자)들은 채팅창에 지속적으로 ‘놀이터’(불법베팅사이트의 은어) 광고글을 게시하며 회원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끌어온 회원들의 베팅액 만큼 일정한 가욋돈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정 모(33) 씨는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이후에도 불법베팅사이트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은 사이트 운영자와 승부조작 브로커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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