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의 일진회 검거 사건과 관련해 14일 해당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경찰이 단속실적을 높이기 위해 재발방지 다짐서를 받는 과정에서 압력을 했다며 항의방문을 받은 청주 청남경찰서 수사과 차상학 총괄팀장이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충북경찰이 최근 학교 폭력의 중심인 이른바 ‘일진회’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강압적인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진회에 속한 학생들이 아닌데도, 임의적으로 일진으로 규정해 발표하는 등 학교폭력 예방에 앞장서야 할 경찰이 도를 넘어선 성과주의에 되레 일진회를 생성,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강압·엮기수사 제기…근거요구

지난 13일 청주청남경찰서가 발표한 청주 모 중학교 일진회 적발 사건과 관련, 일진회 명단에 포함된 학생들의 학부모 10여 명이 전날에 이어 14일에도 경찰서를 항의 방문했다. 1시간 여에 걸친 면담자리에서 학부모들은 ‘근거 없는 일진 엮기’라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은 ‘피해학생의 진술’을 토대로 한 수사라는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학부모들은 “경찰이 밝힌 일진회 명단은 사실무근이고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일진회 임을 인정하고 탈퇴하겠다는 다짐서를 강압적으로 받아낸 것”이라며 “단지 예방차원이라며 어린 학생들을 회유해 자신들의 입맛대로 문구를 수정해 작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찰에게 학생들을 일진회로 규정한 근거를 제시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수사담당 관계자는 “피해 학생 등의 진술 등 모든 정황을 종합해 일진회로 규정, 발표한 것”이라며 “근거가 되는 모든 것은 수사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충북경찰의 이번 일진회 적발 사건 수사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이 가해학생 민모(15) 군의 진술만을 토대로 16명의 일진회 명단을 작성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학생설문조사 등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리하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경찰도 일진으로 지목된 학생들의 범죄 행위 등을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민 군의 진술에만 의존, 선도 조건부로 불입건 처리했다고 밝혀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 범죄사실 허점…실적 올리기 지적

경찰 내부에서조차 경찰이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주력하는 ‘일진회 해체’가 오히려 일진을 양성하는 형국으로, 본말전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 군의 범죄 시기와 피해 학생인 홍모(14) 군이 괴롭힘으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시기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특히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홍 군이 민 군의 괴롭힘으로 자살을 시도해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실제 홍 군의 입원기록 등 기본적인 혐의입증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의 이같은 ‘아니면 말고’식 학교 폭력 수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대적인 ‘일진 척결’을 진행하면서 각 지방청별로 할당량을 배분, 일진 현황을 파악한 뒤 해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경찰은 수사요원들의 경쟁을 유도해 수사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결과물에 따라 ‘특진’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의 한 수사간부는 “일진회 해체에 대한 수사지침은 결국 경찰 내부의 무리한 경쟁을 불러온다”며 “근본해결방안은 전무한 채 오로지 실적을 올리기 위한 성과주의식 수사진행이라는 폐단을 갖고 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용희 충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의 가장 큰 폐해는 계급 사회로 인해 발생하는 지나친 성과주의”라며 “대국민적인 관심이 쏠려 있는 시책인만큼 일선 경찰를 비롯한 모든 경찰들은 책임감을 갖고 학교 폭력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뒤늦게 일진문구 사용금지

‘청주일진회는 경찰이 만든다’ 등 비판이 확산되자 경찰청은 직원들을 해당 학교와 경찰서 등에 급파, 사실확인에 나서는 등 정확한 실태파악에 나섰다. 충북경찰청도 일선 경찰서에 학교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다짐서를 작성할 때 ‘일진회’ 등의 확정적 문구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또 다짐서 작성이 선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고 미성년자인 점 등을 감안해 우선 해당 학교와 학부모의 이해를 구한 뒤 학부모 입회하에 본인이 직접 자필로 작성토록 지시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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