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서구 복수동 장 모(45·여) 씨는 지난해 12월 딸이 늦은 밤 혼비백산해서 집에 들어온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밤 11시경 대신고에서 복수동 방향으로 귀가하던 딸이 어두운 골목에서 이상한 남자에게 붙잡힐 뻔 했다는 것.

그 날 이후 장 씨의 딸은 큰 충격을 받아 진정제를 먹는가 하면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는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

장 씨는 “대신고 부근 굴다리 쪽에 이상한 남자들이 나타나곤 한다”며 “보안등이 없어 캄캄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부담을 안고 집에 오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지자체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시민들이 범죄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지자체들이 보안등 설치를 충분히 하지 않고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가로등 격등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4일 대전지역 지자체에 따르면 일선 구청이 설치·운영하고 있는 보안등은 △중구 5850개 △서구 7205개 △유성구 5556개 △대덕구 4078개 △동구 6185개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안등 설치 대수가 충분치 않아서 어두운 골목길에서 범죄 위험성에 노출된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선 구청에 일일 최대 30여 건의 보안등 추가 설치 등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유가 폭등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지자체들이 모두 참여한 주요 도로 가로등 격등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시행시기는 다르지만 지난해 3월 이후 모든 지자체가 격등제에 참여했는데 에너지 절약이라는 명목으로 시민들을 범죄 위험에 방치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5대 범죄는 2008년 1만 9410건으로 격등제 시행 전인 2006년 1만 2631건보다 30.2% 늘어 가로등 격등제 시행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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