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13일 청주에서 폭력서클을 만들어 또래 학생을 상습적으로 괴롭혀 온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들어 충북도내에서 폭력서클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해당학교는 경찰이 실적쌓기에 급급, 무리하게 수사를 펼쳤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청주 청남경찰서는 13일 교내 폭력서클을 결성, 또래를 폭행하고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해 온 청주 모 중학교 3학년 민모(15) 군을 상습공갈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민 군은 지난달 18일 오후 5시경 청주시내 한 PC 방에서 같은 학교 이모(14) 군을 협박해 6000원을 빼앗는 등 수차례 이 군 등 2명의 학생을 폭행하고 금품을 뺏은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민 군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 또래 학생 16명을 모아 ‘○○짱’이라는 폭력서클을 만들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 군 등을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민 군은 밤낮 가리지 않고 이 군을 학교 인근 공원 등으로 불러내 괴롭히고 폭행을 일삼았으며, 이를 견디다 못한 이 군은 자살까지 기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폭력서클은 생일파티 비용 명목으로 후배들로부터 수시로 금품을 상납받았다. 민 군 등은 금품을 상납하는 후배들한테 다른 1·2학년 동급생이 맞서지 못하도록 세력을 과시하며 뒤를 봐주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날치기를 한 혐의로 민 군을 붙잡아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 같은 범행을 추가로 밝혀냈다.

하지만 경찰의 이같은 수사결과 발표 후 일진으로 지목된 학생들이 재발방지다짐서를 작성하는 과정 중 경찰로부터 고압적인 언행과 서명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급기야 일부 학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 등은 이날 오후 경찰서를 찾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항의하고 정확한 수사결과를 요청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서를 항의 방문한 한 학생은 “친구들이 개별적으로 나쁜 짓을 했을지는 몰라도 같이 몰려다니며 돈을 뺏거나 때린 적은 절대 없다”며 “다짐서 작성 당시에도 ‘나는 일진이 아니다’ 라고 말했지만 경찰이 ‘서명하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고 말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다짐서에는 ‘나는 ○중학교 일진 임을 인정합니다’라는 내용과 속칭 ‘청팸’(청주패밀리) 일원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수사기관까지 나서서 학교폭력 예방에 힘쓰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일진이 아닌 선량한 학생들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아이들에게 서명하지 않으면 ‘소년원에 갈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당국도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오후 청주교육지원청은 반박 자료를 내고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애꿎은 학생들까지 일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 학생 이 군이 자살을 시도했던 것 또한 지난해 9월로 학교폭력이 아닌 가정불화가 이유였다”라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비난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 일진회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가해 학생이 폭력조직과 흡사한 조직을 만들어 피해 학생을 괴롭힌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나머지 학생 16명은 직접 폭력이나 갈취 등에 참여한 혐의가 없어 선도 조건으로 사법처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재발 방지 다짐서 작성 과정에서의 강요나 강압은 없었다”며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학교폭력에 대해 사전 예방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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