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청주동부소방서 A안전센터 소속 염 모(32) 소방사는 24시간 당직근무를 선 뒤 집에 돌아와 잠을 잤다가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하고 소방관이 된 지 4년 8개월 만에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과 그의 동료들은 염 소방사가 평소 24시간 2교대의 안전센터 근무에 스트레스와 피로를 호소해 왔었다고 말했다.

염 소방사는 24시간 근무를 끝내고 퇴근해 휴식을 취하면서도 항상 긴급상황에 대비해 비상대기를 하며 긴장해야 했고 퇴근 후 취하는 휴식은 휴식이 아니었다.

염 소방사의 부인은 “남편은 평소 건강이 좋아 병원 한 번 가지 않은 건강한 청년이었다”며 “살아생전 휴식과 가족과의 시간, 취미활동 등은 남편에게 사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는 소방관들이 공무를 하기 위해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

지난 3일 24시간 근무를 마친 뒤 퇴근한 30대 소방사가 과로사(경찰 추정)로 세상을 떠난 것을 비롯해 과로 등으로 숨진 소방관은 10여 년 사이 충북에서만 4명이다. 이처럼 소방관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문제다.

충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충북에서는 현재 1115명의 소방관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이 1인 당 맡아야 하는 도민은 무려 3142명에 이른다. 지난해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가 발생했던 경기도의 경우만 해도 소방관 1인 당 맡아야 하는 도민은 2074명으로 충북과 비교해 1000여 명이 적다.

특히 염 소방사처럼 안전센터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의 한 달 근무시간은 24시간 근무에 15일, 360시간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을 근무하는 일반 회사원의 160시간과 비교하면 2배를 넘는다.

이번에 안타깝게 숨진 염 소방사의 경우도 평소 24시간 2교대 근무에 따른 엄청난 업무피로와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자주 호소해 왔고 퇴근 뒤 집에서 잠을 잘 때도 비상상황이 생기면 잠을 자다 말고 어김없이 현장으로 나가는 건 다반사였다고 한다.

또한 화재출동, 구조구급의 기본업무 외에도 의용소방대 관리와 훈련업무 등 개인업무 탓에 24시간 근무 뒤에도 1~2시간은 기본적으로 근무를 더 해왔다고 한다.

이처럼 부족한 인원에 열악한 근무환경, 엄청난 업무 강도 등이 30대 젊은 소방관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이유가 된 셈이다.

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소방관은 “끔찍한 현장의 악몽과 귓전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윙윙대는 환청,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불안, 불면증, 공격성과 같은 증세를 소방관이라면 하나쯤은 다들 가지고 살아간다”며 “열악한 근무환경에 항상 희생만을 강요당하는 소방관이 됐다는 게 후회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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